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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대선후보들 시장 망칠 작정인가

[fn논단] 대선후보들 시장 망칠 작정인가

대선을 20일 앞두고 반시장적 포퓰리즘 공약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대통령선거 때만 되면 표를 의식한 '표(票)퓰리즘'이 성행하는데 이번 대선도 예외는 아닌 듯하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공약인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추경 10조원 편성, 재정지출 증가율 3.5%에서 7%로 두 배 확대, 각종 통행료 면제 등 막대한 세금이 들어간다. 5년 한시적 청년고용보장, 육아휴직급여 인상, 학교급식 확대 등을 내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두 후보 모두 재원 마련 방안은 빠졌거나 두루뭉술하다.

유권자 표심을 붙들기 위해서라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보니 못할 약속이 없다. 당선되고 보자는 식이다. 지난 10년간 근로자의 평균급여는 21% 오르는 데 그친 반면 세금은 75%나 증가했다는 납세자연맹의 통계가 나왔다. 대선주자들이 이를 보고도 퍼주기식 공약을 계속 남발할지 유권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볼 일이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가 시장에 간섭하겠다는 공약이다. 가계통신비 인하가 대표적이다. 5당 후보가 공통적으로 내놓은 이 공약은 선거철마다 등장한다. 휴대폰 가격도 내리고 데이터도 무제한으로 준다고 한다. 문제는 그 공약을 실현할 재원을 통신사가 부담하라는 것이다. 실현가능성이 떨어지는, 말 그대로 공약(空約)이다. 정부의 가격통제는 시장경제의 근간마저 흔들 수 있다.

심판인 정부가 선수로 나서면 시장이 망가진다. 2012년 1월 이명박정부 당시 채소가격이 치솟자 시장에 끼어들었다가 역효과만 났다. 되레 수급이 더 꼬여 배춧값이 3배나 폭등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정부가 세무조사 운운하며 닭고기 가격 인상을 사실상 막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식료품은 가계 소비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커서 가격급등을 조절하는 건 바람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불공정행위를 하지 않았는데도 가격인상 자체만으로 규제하고 세무조사까지 언급하는 행태는 권한남용에 가깝다.

역사 속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가격통제 사례는 대중의 인기를 얻으려는 정치적인 동기와 관련이 높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정부가 물가상승을 막겠다고 가격통제를 하자 생활필수품들이 상점에서 모두 사라졌다. 살인적인 물가상승과 극심한 식량난에 국민의 평균체중이 줄었을 정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 시카고대 교수는 1980년 펴낸 '선택의 자유(Free to Choose)'에서 "어떤 물건이 부족하도록 만들려면 시장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정부가 상한선을 설정하면 된다"고 했다. 가격을 통제하면 생산량이 줄어 결국 소비자가 피해를 본다는 것을 꼬집은 것이다.

대선주자들은 반시장적 정책 패러다임부터 손봐야 한다.
그 방향은 경쟁과 자율 확대다. 거기서 일자리가 나오고 경제가 성장한다. 정부는 룰을 만들어 경기를 공정하게 진행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영업 시작 2주 만에 가입자 20만명을 넘긴 국내 첫 인터넷은행 케이뱅크를 보라. 케이뱅크의 메기효과로 경쟁은행들은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올려 서민들이 혜택을 보지 않는가.

mskang@fnnews.com 강문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