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칼럼

[fn스트리트] 지자체 소멸위험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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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연구년을 맞아 미국에서 방문연구원을 하고 온 지인을 만났다. 오래 전 유학했던 대학의 주변이 옛 모습 그대로라 놀랐다고 했다. 자주 다니던 피자가게도, 볼링장도 죄다 건재했다는 것이다. 역설적으로 한국 사회의 역동성을 실감했다고도 했다.

'다이내믹 코리아'. 서구 사회가 수백년에 걸쳐 이룩한 산업화를 수십년 만에 성취한 우리의 자부심이 담긴 캐치프레이즈다. 그러나 화려한 무대 뒤의 그늘도 짙게 마련인가. 우리는 지금 저출산과 인구절벽, 그리고 초고령사회도 압축적으로 시현하고 있다. 재작년 서울교동초등학교의 신입생은 겨우 21명이었단다. 1894년 개교해 우리나라 최고 역사를 자랑하는 학교의 명맥이 자칫 끊길 판이니 더 말해 무엇하랴.

전국 농어촌에서 아이들 울음소리가 잦아든 지 오래다. 19일 공개된 행정자치부의 '지자체 공동화 분석' 통계를 보라. 지난 3월 말 현재 전국 229개 시군구 가운데 37.1%인 85곳이 앞으로 30년 이내에 자치단체로서 존립이 어려울 것으로 나타났다. 인구 유출과 저출산 탓이다. 그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됐다. 지난 12일 상주시와 군위.의성.청송군을 한 선거구로 묶어 재선거를 치렀다. 서울시 면적의 6배가 넘는 지역에서 달랑 국회의원 한 명을 뽑았지만, 인구 감소 추이를 보면 앞날은 더 비관적이다.

지자체의 소멸 가능성을 예측하는 지표가 '소멸위험지수'다. 20~30세 가임여성인구를 65세 이상 노인인구로 나눈 수치로, 수치가 낮을수록 지자체의 소멸 가능성은 높아진다. 이 기준에 따르면 경북 의성군(0.161)에 이어 전남 고흥군(0.169), 경북 군위군(0.177), 경남 합천군(0.178)과 남해군(0.183) 순으로 사라질 운명이다.

인구 유출로 소멸 위기인 지자체는 비수도권 농어촌에 집중돼 있다.
이로 인해 오랜 역사와 문화로 다져온 지역 정체성이 사라진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국토의 효율적 이용 차원에서도 지방 공동화가 바람직하지 않음은 불문가지다. 그런데도 대선후보들이 한정된 재원을 감안해 지역별 맞춤형 보육예산 등을 편성해 인구 유출을 억제할 생각은커녕 돈만 펑펑 쓰는 복지 포퓰리즘에 빠져들고 있으니 문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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