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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맛집정보 홍수 시대

[기자수첩] 맛집정보 홍수 시대

#. 장면 하나. 지난 2월 제주도의 한 고기국수 집 앞. 점심시간이 한참 지났지만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한 TV프로그램에서 맛집으로 소개된 집이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훨씬 더 큰 규모로 고기국수를 파는 다른 식당은 파리가 날릴 정도로 한산했다. 부산의 돼지국밥처럼 대표적 서민음식인 고기국수는 사실 식당마다 맛의 차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 장면 둘. "카스테라 사세요." 이달 초 퇴근길 동네 길목에서 그동안 안 들리던 소리가 들렸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가게 앞에서 줄을 서야 겨우 맛볼 수 있을 정도로 성시를 이루던 동네 빵집이었다. 하지만 이 빵집은 한 매체에서 '식용유로 만든 불량 빵'이라는 고발프로그램으로 손님이 뚝 끊겼다. 이 가게는 '노력했지만 방송국의 부당한 정보로 본의 아니게 폐업을 결정했다'는 안내문과 함께 고별정리 세일을 하는 중이었다.

먹거리가 넘치고 관련 정보도 홍수를 이룬다. 브랜드로 신분이 드러나는 옷(의), 사는 동네와 평수로 숟가락 색깔이 나뉘는 집(주)과 달리 밥(식)은 상대적으로 평등하다. 부자든 가난하든 하루 세끼를 먹는다. 가난해도 무리하면 하루 한 끼쯤 맛있는 걸 먹을 수도 있다. 더구나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관심과 예능이 더해지며 인터넷과 언론 매체에는 경쟁적으로 먹방 프로그램이 넘친다. 먹방, 쿡방, 요섹남 등 먹거리 관련 신조어도 덩달아 늘어나고 관련 정보도 하루가 멀다고 쏟아져 나온다.

먹거리 정보를 둘러싼 상혼도 판친다. 인터넷 사이트 등에는 과대포장된 정보도 적지 않다. 영업을 위해 적정한 수준의 제품 소개는 마케팅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지나친 부풀리기는 소비자를 속이고 피해를 준다. 공정거래행위에 어긋나고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언론도 저널리즘에 집착한 무리한 '띄우기' 등을 자제해야 한다. 좋은 식당을 제대로 알리면 훌륭한 정보가 된다. 하지만 좋은 식당을 부각시키기 위해 다수의 일반 식당을 나쁜 식당으로 매도할 위험성도 있다. '식용유 카스테라 사태'가 그렇다. 과거의 MSG 사태, 중국집의 소기름 사태 등도 언론이 그 위험성을 크게 부각시켰지만 후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인터넷에 '홍대 주말 소개팅'을 검색하면 수백에서 수천개의 맛집이 뜬다. 개인적으로는 한 다섯개쯤만 떴으면 좋겠다. 진짜로 맛있는 맛집 말이다.

hwlee@fnnews.com 이환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