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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Culture] "다시 베토벤으로…" 백건우, 그 끝없는 여정

10년만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전국 32곳 도는 '베토벤 대장정'
서울에선 9월 예술의 전당서 공연

[yes+ Culture] "다시 베토벤으로…" 백건우, 그 끝없는 여정

다시 베토벤이다. 여운을 남기는 아름다운 선율로 묵묵히 자신의 음악세계를 그려가 '건반 위의 구도자'로 불리는 피아니스트 백건우(사진)가 10년 만에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에 나선다. 스스로 '끝없는 여정'이라고 이름 붙였을 정도로 베토벤은 그에게 일생의 도전과 같다. "다른 음악가들의 작품은 그 시작과 끝이 어느 정도 보이지만 베토벤은 아무리 거듭해도 늘 새로운, 끝없는 여정과 같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그는 최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토벤은 유구한 음악 역사에 있어서도 너무나 뛰어난 작곡가다. 음악인들의 삶을 좌우하는 그런 거인이다. 이런 훌륭한 작품과 인생을 같이한다는 것이 행운"이라며 "10년 만의 전곡 연주는 새로운 모험이자 경험이 될 것"이라고 했다.

'비창' '월광' '열정' 등 우리 귀에 익은 몇몇 소나타를 비롯해 베토벤의 소나타 32곡은 그 하나하나가 베토벤의 일생과 시대정신이 담긴 걸작이다. 피아노의 '신약성서'로 불릴 정도로 음악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베토벤과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인연은 꽤 오래됐다. 지난 2005년 한국인 피아니스트로는 처음으로 베토벤 소나타 전곡 녹음집을 냈다. 그 스스로도 큰 모험이자 도전이라고 밝힐 정도로 당시 녹음은 32개 소나타를 중기, 초기, 말기 작품 순으로 3년에 걸쳐 완주한 대장정이었다.

2008년에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일주일 만에 완주하는 무대를 국내에서 선보였다.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마치 거대한 산을 오르는 듯한 힘든 도전이었다.

그가 해석하는 베토벤 소나타는 10년 전과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마도 그것이 이번 연주를 바라보는 이들이 가장 궁금해할 질문일 듯하다. 그는 "10년 전에 하얗던 것이 빨갛게 보이는 그런 극적인 변화는 없다. 다만 베토벤은 '끝없는 여정'처럼 문을 하나씩 열어가는 것과 같다. 문을 하나씩 열었을 때 전에 보이지 않았던 소리와 전경이 보이고, 또 다른 이해가 찾아오듯이 말이다. 그래서 연주를 거듭해도 베토벤은 늘 새롭고,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시간이 흐른 만큼 분명 그의 연주는 농익었다. 그는 "연주의 깊이는 그 곡을 얼마만큼 이해하는가에 달려있다. (베토벤에) 더 가까워지고,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서울에서만 공연한 10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32곳에서 연주를 펼친다는 것도 다른 점이다. 사실 백건우는 음악지식이 없고, 그에 대해 잘 모르지만 음악이 전하는 감동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이들이 좋아 꾸준히 지역 소규모 연주장을 찾는 연주자 중 하나다. 지난 3월 29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을 시작으로 김해, 제주, 부산, 대구, 안동, 이천, 양산, 부천, 의정부, 울산 등 전국을 돌며 '베토벤 대장정'에 들어갔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는 오는 9월 8회 무대에 오르며, 10월 14일 경기 수원 SK아트리움에서 막을 내린다.

백건우는 "지방 공연은 저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 10년 전과는 달리 올해는 전국에서 베토벤과 함께할 수 있어 기쁘다. 그 많은 곳에서 연주한다는 것은 한국의 클래식 무대가 그만큼 넓어졌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올해로 71세. 체력을 걱정하자 "음악은 하면 할수록 섬세해진다. 훌륭한 음악가는 디테일에 신경을 쓴다.
나이가 들고 경험이 쌓이면서 디테일이 보이더라. 나이가 들수록 연습을 하게 되는 것이 소화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라며 "저는 음악 외에는 특별한 욕심이 없다. 심플하게 생활한다. 그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이 아닐까 한다"고 미소 지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