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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미 FTA, 미국의 재협상 우선순위 아냐…현실화시 일부 타격은 불가피"

이주열 "한·미 FTA, 미국의 재협상 우선순위 아냐…현실화시 일부 타격은 불가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워싱턴 D.C(미국)=장민권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2일(현지시간) 최근 불거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논의 가능성에 대해 "미국의 FTA 재협상 대상국에 한국은 우선순위에 있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또 "아직 미국이 의도하는 것이 '마이너'한 부분인지 (전면) 재협상인지 모든 것이 불투명하다"고도 했다.

최근 방한해 한·미 FTA 개정 요구를 시사한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언급을 계기로 조만간 미국의 통상공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일각의 관측과는 거리가 있는 발언이다. 당장 미국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 수위를 강화할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한 이 총재는 이날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미 FTA 재협상 영향을 묻는 질문에 대해 "미국 내부에서도 한·미 FTA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있는 것 같다"면서 "미국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이 총재는 "협상이라는 것이 (어느 한쪽에) 일방적인 손해는 아니다"라면서도 "통상 부문에 변화가 있으면 업종에 따라 영향을 안 받을 순 없다"고 언급했다. 미국의 통상압력이 현실화될 시 일부 업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최근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한 것과 관련, "지난 1년간 우리가 (외환시장에) 개입한 게 거의 없다"며 "환율 개입을 최소화하고 있기 때문에 법으로만 따지면 (한국이)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가 미국산 제품 수입을 늘리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만큼 양국의 교역 개선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오는 10월 환율조작국 지정 여부에 대해선 "미리 언급하는 것은 조금 이른 감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이어 "경상수지 흑자 성격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미국에) 충분히 이해를 구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답했다.

이 총재는 차기 정부 출범 후인 하반기 국내 성장률 전망치 재조정에 나설 가능성도 시사했다. 한은은 지난 13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6%로 상향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신정부가 출범하면서 어떤 정책을 펼지 아직 알 수 없다"며 "하반기 전망치는 정부 정책 변화를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국내 수출 호조세가 반도체·석유화학 등 특정 업종에 몰려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두고는 "몇 가지 품목에 치우친 감은 있지만 그 품목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며 "글로벌 경기 회복세가 지속된다고 보면 수출 회복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4월 들어 엔화가 원화 대비 5% 가량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우리나라 수출경쟁력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력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이 총재는 "일본도 해외생산기지가 많다보니 원·엔 환율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면서 "엔화 강세가 기조적으로 지속된다고도 볼 수 없다"고 언급했다.

최근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산업은행·수출입은행의 대우조선해양 자금 지원과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위반이라고 공식 문제제기를 한 것에 대해선 "2015년부터 문제 제기를 해 온 만큼 정부에서 나름대로 대응책을 갖고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