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

[대선후보 공약 점검] "서민주거대책, 무리한 정부 주도는 예산만 낭비할 수도"

9. 부동산분야
문재인, 도시재생 뉴딜사업.. 민간주도, 정부지원이 바람직
안철수, 청년 공공임대주택.. 재원조달방안 부족, 신중해야

[대선후보 공약 점검] "서민주거대책, 무리한 정부 주도는 예산만 낭비할 수도"

주택시장이 지난해부터 정부의 계속된 규제와 금융대출 제한 등으로 상승세가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차기 정부를 책임질 대통령 후보들의 부동산 관련 공약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최근 수년간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공급과잉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데다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로 인한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져 안갯속 행보를 보이고 있다.

23일 파이낸셜뉴스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안철수 국민의당.홍준표 자유한국당.유승민 바른정당.심상정 정의당 후보의 공약을 분석한 결과 후보 대다수의 공약이 '실수요자'에게 초점이 맞춰진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젊은층이나 신혼부부, 영세 자영업자 등 사회적 약자들의 주거.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이 집중적으로 마련됐다는 점도 눈에 띈다. 전문가들은 일부 후보가 내건 정책의 파급력이 상당히 큰 만큼 실현 가능성이나 예상되는 파장 등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文.安 '서민 주거복지정책' 정부 주도 시 부작용 우려↑

문재인·안철수 후보의 부동산 관련 공약은 똑같이 '서민 주거복지 개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청년이나 신혼부부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주거환경을 더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도시재생 뉴딜사업 진행,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우선 배정, 셰어하우스형 청년임대주택 공급이 대표적이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매년 10조원의 공적재원을 투입해 임기 내 매년 100개 동네씩, 500개의 구도심과 노후주거지를 개선한다는 게 골자다. 소규모 정비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낡은 주택을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공공기관 주도로 매입이나 정비가 이뤄지면 연간 5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안 후보는 청년층과 1인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게 특징이다. 청년 공공임대주택을 연간 5만가구씩, 5년간 25만가구로 늘리고 서울시에서 시행 중인 임차보증금 융자지원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학 기숙사도 확충해 청년들의 주거 걱정을 덜어줄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공약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시장이 아닌 정부가 주도한 정책은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어 신중한 정책 수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문 후보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지역 특성을 잘 아는 민간이 아닌 '관'(官) 주도로 이뤄지는 만큼 오히려 해당 지역에 더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값이 오를 것을 기대하는 새로운 투기세력까지 등장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더구나 연간 1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어떻게 마련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에 자칫 선거를 위한 '포퓰리즘 공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 후보가 주장한 청년 공공임대주택도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선거형 공약'인 데다 마땅한 재원조달 방안조차 마련되지 않아 참신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 후보가 제시한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단기간에 바로 완성할 수 있는 사업이 아니다. 시간을 갖고 주민 등 민간이 주도해나가면서 정부가 지원하는 방식으로 해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자칫 정부가 무리하게 끌고 가면 예산만 낭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심 교수는 "오히려 국토부 등 부처별로 추진 중인 정책들을 통합해 정부가 새롭게 이끌어나간다면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文.安, 보유세 인상 '신중'

주요 후보들의 공약 중 잘 지켜봐야 할 부분이 부동산 관련 세금이다. 특히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인상에 대해서는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 모두 '강경론'에서 최근에는 '신중론'으로 돌아선 모습이다. '현상 유지'에 더 무게를 두고 급변하는 주택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려는 취지로 보인다.

문 후보측 홍종학 정책본부장은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제도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 후보도 대선공약집에 '선(先)금융.부동산 등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 후(後)고소득 세율.최고세율 인상' 등의 내용을 담아 보유세 인상 필요성을 주장했다. 다만 당장은 보유세를 올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보유세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유세 인상으로 당장 주택시장이 활기를 잃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통한 투자위축이 장기적 관점에서 주택시장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 센터장은 "단순히 보유세를 인상하는 임시방편적 정책만으로는 부동산 시장을 잡을 수 없다.
일시적으로는 효과를 볼 수는 있지만, 오히려 보유세 인상으로 투자자들이 거래를 꺼리게 되면 시장 자체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투자심리 위축은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마저 둔화시킨다. 결국 주택공급 감소에 따른 가격상승 등의 부작용도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jyyoun@fnnews.com 윤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