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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남아도는 쌀… 변동직불금제 개편해야

10년간 280만t 과잉생산
구조조정 더 늦춰선 안돼

지난 10년간 쌀이 수요량보다 280만t이나 과잉생산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 해 생산량의 70%에 육박하는 규모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소득 증대와 다양해진 먹거리로 쌀 소비량은 가파르게 줄고 있는데 생산량은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변동직불금 제도의 영향 때문으로 분석됐다.

쌀의 지속적인 과잉생산 구조는 정부의 불합리한 시장개입으로 인한 자원낭비의 대표 사례다. 과잉생산분에 대한 생산비용과 수년간의 보관비, 최종적 처리비용 등 과잉생산에 따른 비용손실이 막대하다. 적정량만 생산하고 낭비되는 재원을 절약해 농민복지에 쓰는 것이 국가적으로나 농민을 위해서나 훨씬 이익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과잉생산 구조를 방치해온 것은 일부 과격 농민단체의 시대착오적 주장에 끌려다니느라 책임 있는 농정을 펼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쌀 재고는 351만t에 달한다.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70년 이후 최대 규모이며,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80만t)의 4배가 넘는다. 이처럼 재고가 늘어난 것은 소비량과 생산량 간의 불균형 때문이다. 1인당 쌀 소비량은 지난 10년(2006~2016년) 사이 78.8㎏에서 61.9㎏으로 20%(16.9㎏)나 감소했다. 연평균 1.5~2%씩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생산량은 평년작 기준 420만t을 유지해 거의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연간 소비량(390만t)을 7%가량 초과하는 수치다.

생산량이 줄지 않는 이유는 변동직불금 때문이다. 변동직불금은 쌀이 과잉생산돼 값이 폭락하면 정부가 손실의 대부분을 보전해주는 농업보조금이다. 쌀값이 목표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하락분의 85%를 지원한다. 농가 입장에서는 가격 리스크의 대부분을 정부가 부담하기 때문에 소비가 줄어도 재배면적을 줄일 이유가 없다. 이로 인해 과잉생산이 되풀이돼 가격 폭락으로 인한 정부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016년산의 경우 변동직불금 총액이 1조49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생산량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했다면 안 써도 될 돈이다. 이 돈을 농민의 소득.복지 향상을 위해 다른 사업에 쓴다면 국가도, 농민도 모두 이익이 아니겠나.

정부는 과잉생산된 쌀을 양곡창고에 보관하는데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
보관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장기보관분의 일부를 돼지와 닭의 사료로 공급하고 있다. 농민들이 농사 지을 때 그 쌀이 사료로 쓰일 것이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불합리하고 낭비적인 농정을 언제까지 계속할 것인가. 정부는 변동직불금제 개편과 쌀 재배면적 감축 등 대대적 쌀산업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