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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암 치료기 도입, 고령 암 환자나 난치암에 효과 좋아

(12)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암 치료기 도입
암세포 사멸률 3배 이상 높은 '중성자' 치료… 고령 암 환자나 난치암에 효과 좋아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세브란스병원 중입자 암 치료기 도입, 고령 암 환자나 난치암에 효과 좋아
독일 하이델베르크 입자치료센터에서 시행한 양성자와 중입자 선량 도달율 비교 사진. 20cm 깊이의 물속으로 양성자와 중입자를 쏘았을 경우, 양성자(왼쪽)의 경우 뚜렷한 이미지를 얻을 수 없었으나, 중입자(오른쪽)는 비교적 선명한 이미지를 얻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를 치료에 적용할 경우 중입자는 인체 내 20cm가 되는 지점까지 처음의 방사선분포를 그대로 전달할 수 있어 치료율 제고에 더 효과적인 것을 알수 있다.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리는 '중입자 암치료기'를 국내에 도입한다는 얘기는 기존에도 나왔던 얘깁니다. 하지만 정부 개발 등의 이슈로 국내에 도입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 세브란스병원이 지난 26일 한국히타치와 중입자 치료기 도입에 관한 '사업추진협약서(LOI)'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렇다면 중입자 암치료기는 어떤 것일까요.

중입자 암치료기는 탄소이온의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후, 환자의 암 속의 암조직에 쪼여 암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세포 DNA 자체를 파괴하고 암조직도 사멸시킵니다. 중성자는 양성자에 비해 중입자의 질량이 12배 정도 무거운 특성이 있어 암세포 사멸률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중입자치료 대상은 전체 암 환자의 20%가 대상입니다. 하지만 5년 생존율 30% 이하인 3대 난치암인 폐암, 간암, 췌장암은 물론, 치료가 어려웠던 재발성 직장암, 골육종, 척삭종 등 난치암 치료 그리고 고령의 암 환자들입니다. 난치암에 효과가 좋다는 겁니다.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에 따르면 수술이 가능한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20%이하에서 53%까지 향상됐습니다. 또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의 경우 항암제와 중입자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기존 방사선 및 양성자 치료횟수가 평균 30회에 이르고 있으나, 중입자치료는 절반이하인 12회입니다. 치료기간도 보통 5~7주 치료하는 기존의 방사선치료에 비해 중입자치료의 경우 초기 폐암의 경우 1회, 간암 2회, 가장 치료 기간이 긴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의 경우 3주 이내에 치료를 완료합니다.

이 때문에 일부 국내 암환자들은 중입자치료기가 설치된 독일과 일본으로 원정치료를 떠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치료비용이 8000만원에서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환자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입자방사선치료학회에 따르면 현재 중성자 암치료기는 2009년 독일에 설치된 후 독일 2대, 오스트리아 1대, 이탈리아 1대, 일본 5대, 중국 2대(치료와 연구 1대씩) 등 11대 입니다.

그럼 일반 방사선 치료와는 어떻게 다를까요.

기존 방사선 치료는 X선을 외부에서 쏘아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식입니다. 많은 기술적 발전에도 불구하고 주변 정상세포의 방사선 영향으로 주변 세포가 사멸하는 치료 부작용 때문에 오랜 치료기간이 걸립니다. 이 단점을 극복한 게 2000년대 초반 상용화되기 시작한 '양성자치료기'입니다. 이 치료기는 수소원자의 양성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시킨 후, 환자 몸 속 암조직에 투사합니다. 이때 양성자는 암조직에 도달하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조직을 파괴하는 치료원리를 갖고 있습니다.

기존 X선 방사선치료에 비해 방사선 노출량도 적고 정밀도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루어 방사선 치료에 따른 환자 부작용을 대폭 경감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중성자는 양성자에 비해 무거운 특성 때문에 효과가 3배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정부차원에서 개발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하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2013년부터 예산을 투입, 중입자가속기 기술을 자체 개발하고 중입자치료센터를 건립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개발도 못하고 있고 최근에는 서울대병원을 중입자가속기 투자.운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오는 6월부터 독일에서 사용하는 싱크로트론 방식의 중입자가속기가 기장군에 설치되면 2020년까지 구축 공사가 마무리되고 2021년부터 환자 진료에 적용된다고 합니다.

이번에 계약한 윤도흠 연세의료원장은 "세브란스는 지난 1969년 한국 최초 암전문진료기관인 연세암병원 개원 후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앞선 암치료법을 선도해 왔다"며 "이번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통해 난치병인 암을 완치의 질환으로 변화시키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세브란스가 도입을 추진중인 히타치사의 중입자 치료기는 3개의 치료실을 계획하고 있으며 투입 예산은 기기 도입과 제반 비용을 포함 1600여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연세의료원과 한국히타치는 치료기기의 운영과 보수관리 등 일부 세부 사항에 대한 조율 후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오는 2020년 첫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단 세브란스병원은 "기존 해외원정 중입자 치료 비용의 절반으로 책정해 국내 암 환자의 부담을 최소화하는 수준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사실 중성자 암치료기는 다른 치료기에 비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갑니다. 따라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는 앞으로 두고 볼 일입니다.

정명진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