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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후의 직장처방전] 직장인의 필살기, 보고 잘하는 법

[문성후의 직장처방전] 직장인의 필살기, 보고 잘하는 법


직장인의 업무는 ‘보고’로 시작해서 ‘보고’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직접적인 보고서 작성은 물론이고, 프레젠테이션을 한다거나 지출 결재를 받는 등 일상적인 업무 대다수가 보고의 과정을 거칩니다. 어느 직장을 다니든, 어떤 직종에 몸담고 있든 직장인에게 보고는 평생 필요한 업무 능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보고를 잘하는 직장인을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제 주변에도 습관적으로 추상적이고 현학적인 표현을 사용한다거나, 정확한 의미도 모른 채 미사여구를 남발하는 후배 직장인들이 적지 않더군요. 상사의 의중을 헤아리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다가 신임을 잃는 경우도 수차례 목격했습니다. 더 안타까운 것은 보고 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전문가나 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하다는 겁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갈고 닦은 직장인의 생존 필살기 ‘보고 잘하는 방법’을 아낌없이 공개하겠습니다.

보고 잘하려면 소통 능력을 키워라

보고란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리는 행위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과정을 말하지요. ‘보고를 드린다’거나 ‘보고를 올린다’는 말은 있어도 ‘보고를 준다’는 말은 안 쓰잖아요. 보고라는 단어에는 기본적으로 직장상사와의 관계가 녹아있습니다. 말하자면 보고란 상사와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지요. 보고를 잘한다는 것은 곧 상사와의 소통에 능숙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소통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세 가지를 잘합니다. 바로 공감과 신뢰, 그리고 설득입니다. 상대가 나를 이해하게 만들고, 의심 없이 믿으며, 같은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직장인의 보고도 이와 같지요. 상사가 나의 보고 내용에 공감하고, 제시한 자료를 신뢰하며, 나의 의견에 동의할 때 최고의 보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보고를 잘하려면 세 가지를 잘하면 됩니다. 첫째, 논리를 뒷받침하는 자료와 데이터를 충분히 제시해야 합니다. 보고는 강의나 브리핑이 아닙니다. 오히려 토론과 협상에 가깝지요. 상사가 나의 의견에 설득될 수 있도록 논리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둘째, 보고는 반드시 검증된 내용이어야 합니다. 상급자나 타 부서 등과의 협업을 통해 보고 내용의 모순이나 누락을 확인하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작은 오탈자가 보고의 신뢰를 깎아먹는 주범이 되기도 하니까요. 또한 상사의 예상 질문을 미리 파악해서 보고 때 신속하게 답변하는 것도 상사의 신뢰를 얻는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입체적인 보고를 해야 합니다. 개별로 놓고 보면 훌륭해도 전체적으로 논리적인 허술함이 있거나 일관성이 떨어지면 그 보고는 안 하느니만 못합니다. 좋은 보고는 상사의 즉각적인 의사결정과 실행을 가능하게 합니다. 마이크로와 매크로, 헬리콥터 뷰와 스트리트 뷰, 숲과 나무를 한 번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성을 들여 정밀하게 준비한 ‘정제된 소통’이야말로 상사를 단번에 설득시키는 최고의 필살기입니다.

보고에도 ‘내비게이션 전략’이 필요하다

보고의 목적은 무엇일까요? 상사를 설득해서 업무에 필요한 자원과 시간을 확보하는 겁니다. 한마디로 보고는 설득과 협상의 기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상사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상사의 동의를 이끌어내서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일을 끌고나가는 것이 바로 보고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직장인의 최고 생존 무기는 소통 능력과 협상 기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거지요.

그렇다면 보고의 협상력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수많은 방법이 있지만 저는 그중에서도 ‘내비게이션 전략’을 첫손에 꼽습니다.

우리는 보통 모르는 장소를 찾아갈 때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입력합니다. 그 다음에는 고속도로로 갈지, 국도로 갈지, 최단시간에 맞춰서 갈지, 최단거리로 갈지 선택하지요. 그러고 나면 화면에 소요시간과 도착시간이 나옵니다. 남은 것은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운전하는 것뿐입니다.

직장인의 보고에도 내비게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상사에게 보고 지시를 받은 순간 여러분은 세 가지 선택을 해야 합니다. 첫째, 보고의 방향과 목적을 결정해야 합니다. 목표 없는 보고는 팥소 없는 찐빵과 다름없지요. 프로젝트 승인이나 예산안 통과처럼 회사와 상사에게 얻어내고 싶은 결과물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일상적인 진행 보고라도 목표 설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더 많은 자원을 확보하는 기회로 만들 수 있습니다.

둘째, 보고의 옵션을 구체적으로 결정해야 합니다. 마음 같아선 100페이지 보고서를 작성하고 싶지만 주어진 시간이 부족할 때가 많지요. 프로젝트 전반을 모두 다루고 싶어도 능력 밖일 때가 있습니다. 내게 주어진 시간과 능력의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보고 준비의 최단거리와 최소거리를 가늠할 수 있어야 합니다. 무리한 욕심으로 논리적 허술함이 생겨날 가능성을 차단할 수 있도록, 내가 잘할 수 있는 영역으로 보고의 범위를 압축시켜서 협상력을 높여야 합니다.

셋째, 보고의 마감기한을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도착 예상시간이 약속시간을 넘어서면 옵션을 바꾸지요. 국도 대신 고속도로를 이용한다거나 유료 도로를 이용하는 식으로 말입니다. 보고도 마찬가지입니다. 자료조사 범위를 좁힌다거나 크로스 체크 대상을 제한하는 식으로 준비시간을 줄여야 합니다. 아무리 훌륭한 보고라도 마감일을 지키지 못한다면 협상의 기회마저 사라질 수 있습니다. 뛰어나지만 느린 것보다는, 미흡해도 빠른 것이 낫다는 ‘교지졸속(巧遲拙速)’의 자세를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사실 보고의 세계는 이보다 더 광활합니다.
스토리 보고, 대면 보고, 최악의 보고 등 직장인들이 마주하게 되는 보고 상황과 보고 방법은 무궁무진합니다. 그래서 그간 저의 경험과 깨달음을 모아 ‘보고 잘하는 법’을 인터넷 강의(www.100miin.com)로 엮었습니다. 적어도 보고의 방법을 몰라 좌절하는 일은 없도록 많은 후배 직장인들에게 도움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