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성과연봉제 또 흐지부지되나

공공기관과 금융공기업에 도입된 성과연봉제가 폐기될 위기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성과연봉제는 충분한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며 "박근혜정부의 성과연봉제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공약했다. 이에 더해 노동조합 동의 없이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것은 무효라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부장 권혁중)는 주택도시보증공사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연봉제 규정 개정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의 변경에 해당하나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며 "근로기준법에 위반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제도 도입을 하려면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성과연봉제를 백지화하려는 공공기관 노조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기로 한 공공기관 119곳 중 48곳이 노사 합의를 거치지 않고 이사회 의결로 도입했고, 이 중 30곳이 무효소송을 진행 중이다. 노사합의로 도입한 예금보험공사.주택금융공사는 합의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한국전력 등 여러 공공기관이 시행을 미루고 새 정부의 눈치를 보고 있다. 공공개혁.금융개혁의 핵심이라 할 성과연봉제가 이렇게 허무하게 퇴장하는 것일까.

성과연봉제는 공공기관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바로잡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실적과 무관하게 연공서열에 따라 매년 임금이 안정적으로 오르는 호봉제는 기득권을 지키는 수단이 될 뿐이다. 민간기업들은 개인별 성과에 따른 임금체계가 일반화돼 있다. 제도의 당위성은 부정할 수 없다. 문 대통령도 "연공서열대로 임금이 올라가는 구조 또한 옳지 않다"며 직무에 따라 임금이 달라지는 직무급제 도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또한 법원의 판결은 도입 절차상 문제점을 지적한 것일 뿐이다.

성과연봉제는 백지화하는 것보다 보완해서 시행해야 한다. 노사 합의로 도입한 공공기관들은 그대로 시행하는 것이 옳다. 이미 수년째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공공기관은 폐기할 경우 혼란만 커지게 마련이다.
정부는 성과연봉제의 대안으로 직무급제를 시행할 생각이면 우물쭈물하지 말고 하루빨리 세부 청사진을 내놓아야 한다. 성과연봉제를 대안 없이 폐지하는 것은 결국 호봉제로 돌아가자는 얘기밖에 안 된다. 공공기관 직원의 철밥통을 더욱 공고히 하는 결과가 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