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협치 물꼬 튼 靑 회동, 실천만 남았다

여야정 상설 협의체 두기로 예전처럼 '쇼' 그쳐선 안 돼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정 3자간 상설 국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19일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5당도 이에 동의했다. 이날 청와대 회동은 새 정부가 들어선 뒤 처음 열린 대통령.국회 간 만남이다. 현재 국회 권력 지도는 여소야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120석으로 과반에 못 미친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협의체 구성에 적극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이번만큼은 여야정 협의체가 제 구실을 하길 바란다.

예전에도 정권 초엔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회동이 비교적 순조롭게 굴러갔다. 대통령은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중시하겠다고 약속하고, 야당은 신임 대통령 체면을 깎아내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4년 전 박근혜 대통령과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 등 민주통합당 지도부가 만났을 때도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회동 후 민주당은 "오늘 자리는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대통령과 야당이 처음 함께한 자리로 국정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해 매우 유의미한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대통령와 야당 관계는 까칠해지기 일쑤다. 청와대 회동도 되레 부작용을 낳았다. 2년 전 10월 박 대통령은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등을 청와대에서 만났다. 이날 만남에 대해 언론은 '서로 절벽 같았다'는 제목을 달았다. 100분 넘게 만났지만 국정 국사교과서 등을 놓고 서로 제 말만 하다 끝났기 때문이다. 의례적인 합의문이나 발표문도 나오지 않았다. 당시 문 대표는 "왜 보자고 했는지 알 수 없는 회동"이라고 비판했다.

그렇다고 청와대 회동이 죄다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년 5월 총선 뒤 박 대통령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을 만났다. 이때 경제부총리와 3당 정책위의장들이 '민생경제 현안 점검회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실제 얼마 뒤 1차 회의가 열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정국이 최순실 추문에 휩싸이면서 점검회의는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은 집권 후 열흘간 준비된 대통령다운 모습을 보였다. 지지율도 80%를 웃돈다. 남은 과제는 야당과 지속적인 소통이다. 청와대 회동으로 물꼬는 텄다.
다만 야당이 제 몫을 고집할 때 대통령이 한 발 물러서지 않는 한 협의체 운영이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협치(協治)는 말 그대로 힘을 합쳐 다스린다는 뜻이다. 그 출발점은 대통령의 통 큰 양보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