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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일자리 마중물 전략’의 성공 조건

[fn논단] ‘일자리 마중물 전략’의 성공 조건

마라톤 풀코스(42.195㎞)를 완주했다고 하프코스를 쉽게 뛸 수 있을까. 얼핏 생각에는 풀코스를 뛰었으면 하프는 쉬울 거라고 생각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필자가 직접 경험해봄). 왜? 출발선에 선 마음의 상태 때문이다. 하프코스를 뛰는 경우는 이미 맘속에 22㎞만 달리면 된다는 생각에 15㎞ 근처에서도 몸이 무거워진다. 맘의 각오가 다르면 결과도 다르게 나타난다. 길게 보면 멀리 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새로 선출된 문재인 대통령 앞에 많은 경제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청년실업문제, 저성장, 고령화, 제4차 산업혁명, 산업구조 개편 등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이런 경제문제는 단기간에 쉽사리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풀코스 마라톤을 하듯이 멀리 바라보는 시각으로 풀어가야 한다. 거시경제는 상당히 복잡한 여러 경로를 거쳐서 상호간에 파급을 미치기 때문에 생각보다 긴 시간이 소요된다. 이런 특성 때문에 정책집행과 그 정책의 성과 사이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한다. 일자리 창출도 마찬가지다.

오늘의 고용문제(임금격차, 정년직-비정년직의 2중 구조, 비정년직 급증 등)는 지난 수십년 동안 누적된 우리나라 경제의 난맥상을 나타내고 있어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지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실업률이 11.2%에 이르고, 취업준비생 등을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23.6%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절벽 비상상황이다. 이런 고용절벽 상황에선 공공부문의 고용을 우선 늘려 민간기업의 고용창출을 촉발시키겠다는 마중물 전략이 괜찮은 전략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성공하기 위해선 선결조건이 해결돼야 한다. 공공부문의 일자리 81만개를 새로 창출하는 경우 이는 연평균 16만2000개에 달한다. 이 수치는 우리나라가 연평균 창출해 내는 전체 일자리(약 30만개)의 약 절반에 이르는 규모로 성공하면 청년실업 해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공부문에서의 선제적인 일자리 창출 →가계소득 및 소비 증대→기업의 매출(이익) 증대→민간기업의 추가적인 고용증대에 이르는 소득주도성장 선순환 전략의 일환이다. 그런데 공공부문 고용증대에서 출발해 민간기업의 추가적인 고용창출에 이르기까지 여러 채널에 막힘 현상이 나타나지 말아야 한다. 막힌 곳을 뚫는 전략(스텐스 수술처럼)이 함께 추진돼야 성공할 수 있다. 첫째, 가계부채와 빠른 고령화이다. 가계부채와 빠른 고령화로 인해 소비증가가 기대 이하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둘째, 경직적인 노동시장 구조에서는 기업은 이익이 늘어도 고용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경직적인 노동시장으로 기업은 비정규직을 남발하고 있으며, 자동화시키거나 해외투자로 돌리고 추가적인 고용창출을 안한다. 유연한 노동시장 개혁이 필요하다.
셋째, 합리적인 규제개혁이다. 기업들은 제4차 산업혁명에 대비해 신성장 산업에 투자하려는데, 국내의 각종 규제로 신산업부문의 진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투자기회를 놓치거나 해외로 투자를 돌리고 있다. 위에서 언급된 막힌 곳을 뚫는 전략과 함께 추진되어야 일자리 마중물 전략이 효과를 나타낼 것이다.

이윤재 숭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