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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자산규모별 대기업 규제 개선

[특별기고] 자산규모별 대기업 규제 개선

기업의 규모가 커졌다는 것은 꾸준히 성장하며 경쟁력을 확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당 기업들은 자랑스러워해야 하고 주변에서는 격려와 축하의 박수를 보내야 마땅하다. 그러나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성장할수록 더 많은 규제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이 성장해 자산이 2조원 이상인 상장회사가 되면 상법상 새로운 규제의 적용을 받게 된다. 사외이사 선임요건이 강화되고 감사위원회 설치가 강제된다. 감사위원 선임 시 대주주 의결권도 3%까지밖에 행사할 수 없게 된다. 5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하게 되면 공정거래법상 각종 공시의무와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추가적으로 받게 된다. 10조원 이상의 기업집단으로 성장하게 되면 상호.순환출자 금지, 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등의 규제가 또 추가된다.

이렇게 우리나라 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환경에서 살아남아 일정 규모로 성장하고 또 성장이 지속되는 동안 이러한 차별적 규제로 다른 나라 기업들이 겪지 않는 '성장통'을 겪어야만 한다. 특히 이런 자산규모별 규제는 규제대상인 대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직접적인 규제대상이 아닌 중소.중견기업들이 규제에 부담을 느껴 일정 자산규모를 넘지 않으려는 '피터팬 증후군'까지 초래할 우려가 있다.

세계 각국에서는 성장동력 확보와 장기적 경제성장을 이끌기 위해 자국 기업의 경영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업들은 성장함에 따라 소유지배구조에 대한 추가적 규제로 인해 지배주주의 권한과 경영권 행사에 많은 통제를 받고 있다. 물론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권한남용 행위를 규제해야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그러나 사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전적으로, 그것도 기업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소유지배구조 자체를 추가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의문이다.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권한 강화가 남용의 위험성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안정된 지배권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치를 추구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단기적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투기적 해외자본의 경영간섭으로부터 자국 기업의 장기적 성장동력을 지켜내기 위해 지배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주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전 세계 기업 중 상위 500대 기업을 선정하는 포천 글로벌 500 순위에서 우리나라 기업의 수는 2007년에는 14개였고 2016년에는 15개로 큰 변화가 없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6개에서 103개로 대폭 증가했다.
우리에게는 아직 15개의 글로벌 대기업이 남아 있다며 안도해서는 안된다.

새로 출범하는 정부는 혁신능력을 갖춘 우리 기업들이 규모의 크기에 상관없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며 마음껏 성장해 더 많은 대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을 확정한 후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라고 말한 히딩크 감독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점이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