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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국민연금 주식·해외투자 비중 더 높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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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위급 연기금답게 '연못속 고래'서 풀어줘야

국민연금을 앞으로 5년(2018~2022년)간 어떻게 굴리겠다는 안이 나왔다. 기금운용위원회는 25일 중기 자산배분안을 확정했다. 주식 비중을 크게 높인 게 특징이다. 작년 34%에서 5년 뒤 45%로 증가한다. 채권과 맞먹는 수치다. 주식 중에서도 해외주식이 커진다. 현행 15%에서 5년 뒤 25%로 늘리는 게 목표다. 국내 주식은 5년 뒤 20%에 그친다. 국민연금 투자 전략이 채권에서 주식으로, 주식 중에서도 해외주식으로 이동하는 모양새다.

올바른 방향이다. 국민연금은 564조원(2월 말 기준)이 쌓였다. 세계 3위 규모다. 덩치가 워낙 커서 '연못 속 고래'라고 부른다. 이미 삼성전자를 비롯해 간판급 한국 기업에서 국민연금은 대주주 노릇을 한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고래가 놀기엔 너무 좁다. 게다가 국민연금은 5년 뒤 1000조원으로 불어난다. 진작에 주식 비중을 높이고 밖으로 나가야 했다.

수익률을 봐도 주식.해외 중심 투자가 바람직하다. 지난 10년간 국민연금은 연 5% 안팎의 수익률을 올렸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를 고려할 때 괜찮은 성적표다. 올 들어 세계 경제는 서서히 살아나는 분위기다. 금리도 오름세다. 운용 수익률을 조금만 높여도 국민연금이 바닥을 드러내는 시점을 뒤로 늦출 수 있다. 물론 국민 노후를 책임진 국민연금이 수익을 앞세워 안정성을 희생할 순 없다. 그러나 해외 연기금과 비교할 때 국민연금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중기 운용계획은 대부분 문재인정부 집권기와 겹친다. 새 정부가 국민연금 운용의 독립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길 기대한다. 박근혜정부가 남긴 교훈 중 하나가 '정치는 국민연금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다. 다행히 문 대통령은 "국민연금을 정치.경제 권력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겠다"고 공약했다. 어떤 명분으로든 정치가 국민연금에 대고 이래라저래라 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국민연금 운용은 고도의 금융투자 전략이다. 전문가들을 믿고 맡기는 게 최선이다. 그 점에서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 구성은 손을 볼 필요가 있다.
지금은 정부 당연직과 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대표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대표성을 고려하되 금융 전문가들이 더 큰 목소리를 내는 구조로 바꿔야 한다. 궁극적으론 독립성을 보장하는 기금운용공사 설립도 진지하게 생각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