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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靑 일자리 상황판, 취지는 좋지만

민간 자율 침해할까 우려.. 서비스산업 혁신이 해법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청와대 여민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문 대통령은 상황판을 직접 조작해 보이면서 "재벌그룹 일자리 동향을 기업별로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의 추이도 드러나야 한다고 했다.

이날 공개된 일자리 상황판에는 일자리 관련 지표 18개 항목의 기본 데이터가 수록된다. 또한 정부의 4대 일자리정책 관련 성과지표도 함께 수록된다. 앞으로는 고용 전산망과 연계해 실시간 자동 업데이트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문 대통령은 자신의 집무실에서 공기업과 민간기업들의 일자리 동향을 매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게 된다.

일자리 정책에 대한 문 대통령의 열정만큼은 높이 평가받아 마땅하다. 지난달 전체 실업률은 4.2%, 청년실업률은 11.2%를 기록했다.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 청년실업률은 23.6%나 된다. 경제가 성장을 해도 일자리를 제공할 수 없다면 의미 없는 것이다. "문재인정부의 정책은 일자리로 시작해 일자리로 완성될 것"이라는 문 대통령의 말에 공감한다. 새 정부가 취업난을 덜어주기 위해 경제정책의 최우선순위를 일자리에 두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런 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부작용만 양산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가 고용 압박을 가하면 기업들은 면전에서는 일자리를 늘리는 시늉을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보여주기 식 숫자놀음에 불과하다. 온갖 편법이 난무하고 허접한 일자리만 판을 칠 것이다. 그때 가서 정부가 기업마다 제대로 된 일자리인지 조사하고 다닐 것인가. 기업의 경영자율을 침해해 장기적으로 기업 활력을 해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대통령의 일자리 상황판은 과거 박정희정부 시절 수출제일주의를 연상시키는 점도 문제다. 1970년대 수출입국 시대에 대통령과 장관들은 수출 상황판을 옆에 두고 수출을 독려했다. 당시에는 경제 규모가 작고 정부가 경제를 주도하던 시대여서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일자리 완장을 찬 공무원들이 나서봤자 시장만 왜곡시킬 뿐이다.

시장경제의 기본은 기업의 자율과 창의를 존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고용 부진이 시장 실패의 측면이 있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반강압적으로 기업의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것은 맞지 않다. 또 다른 정부실패를 낳을 것이다.
원하는 결과를 얻으려면 개입하더라도 시장친화적인 정책을 써야 한다. 해답은 일자리 창출력이 높은 서비스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규제프리존법과 서비스발전기본법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