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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부동산 시장 안정화 진짜 대책은

[기자수첩] 부동산 시장 안정화 진짜 대책은

춘추시대 송나라에 환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에게는 보석이 있었는데 죄를 지어 처벌을 받을 것 같자 보석을 가지고 도망 쳤다. 보석 이야기를 들은 왕이 보석을 갖기 위해 환을 찾았다. 환은 보석을 도망칠 때 궁궐 앞 연못에 던졌다고 했다. 왕은 연못의 물을 모두 퍼냈지만 보석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물을 모두 퍼내는 바람에 애꿎은 물고기들만 말라죽었다. 연못에 사는 물고기의 재앙이라는 뜻의 사자성어 '지어지앙'의 유래다.

정부가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대출을 옥죄고 있다. 그럼에도 부동산시장은 활황이다. 신규 분양시장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고 일반 아파트 매매가격도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같은 부동산 훈풍 소식은 서민들에게는 남 얘기다. 대출 없이 현금을 모아서 집을 사는 서민은 거의 없음에도 정부는 천정부지로 오르는 부동산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애꿎은 대출만 잡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부동산업계는 웃을 수 없다. 오히려 숨을 죽이고 있다. 부동산 지표들이 예상외로 너무 좋기 때문에 정부에서 더욱 칼날을 겨누고 있어서다. 오르면 오를수록 더욱 큰 규제를 준비할 터다.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는 물론 필요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지금까지처럼 대출을 겨냥한 것이라면 성공할 수 없다. 부동산시장의 안정화라는 보석을 좇다가 서민들만 말라죽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가뜩이나 하반기 금리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대출을 규제하면 더욱 금리가 높아지고 이는 곧 서민들의 이자부담으로 돌아간다. 중도금 대출이 막힌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사업을 접으면 이는 곧 공급부족으로 주택가격 상승만을 야기하게 된다.

대출 규제는 연못의 물을 퍼내 서민인 물고기들만 죽이는 것이다. 정말 잡아야 할 대상은 대출이 아니다. 연못에 있지도 않은 보석을 찾기 위해 허탕을 치기보다는 보석이 진짜 어디 있는지 찾아야 한다. 지금 부동산이 치솟는 데는 투기세력이 한몫했다. 실수요자에게 꼭 필요한 대출을 규제하기보다는 투기세력을 잡아내는 일이 시급하다.
대출 없이 집을 여러 채 보유하고 소위 '돈이 돈을 벌게 하는' 이들도 규제대상이다. 부동산 정책을 마련하고 있을 정부 당국자들은 '지어지앙'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물 때문에 말라 죽어가는 서민들을 묵과하지 않아야 한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