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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급등, 부동산 폭등, 증시 폭등...일본과 판박이 중국, '잃어버린 20년' 재연할까

고속성장을 거듭해온 중국이 높은 부채비율과 증시 버블로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재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다만 일본의 버블 붕괴당시의 교훈과 정부 주도적인 경제정책으로 인해 버블을 갑작스레 터뜨리지 않고 연착륙 시킬수 있다는 가능성도 높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8일(현지시간) ‘중국이 과거 일본 버블 붕괴를 재연할것인가’라는 해설기사를 통해 중국은 부동산과 증시 폭등, 부채비율 폭등 등 여러가지 면에서 버블이 터지기 시작했던 1990년대 일본과 매우 닮아있다는 것을 지적했다.

중국의 부채 비율은 지난 201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200% 수준에서 250%로 급등했다. 부동산 가격 역시 폭등했다. 베이징의 100㎡ 아파트는 500만위안(약 8억2000만원)으로 이 지역 거주자 평균 연봉의 50배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0년 도쿄 중심까지 90분 걸리는 75㎡ 아파트의 가격은 당시 사무직 노동자 연봉의 8.5배 수준이었다.

부채 증가 속도도 일본보다 빠르다. 영국 킹스턴 대학의 스티브 킨 교수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민간부문 GDP대비 부채비율은 1970년 125%에서 1995년 220%까지 상승하는데 25년이 걸렸다. 반면 중국의 민간부문 부채는 115%에서 210%로 급상승하는데 불과 9년이 걸렸다.

대형 해외자산을 사들이거나 고가의 예술작품을 사들이는 행태도 일본의 버블 직전과 유사한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미쓰비시 부동산은 1989년 뉴욕 록펠러센트 지분 51%를 사는데 9억달러(약 1조원)을 냈고, 중국의 CC랜드는 올초 런던의 명물인 치즈강판빌딩(레든홀 빌딩)을 사는데 11억5000만파운드(약 1조6000억원)을 지불했다.

FT는 ‘붉은 자본주의’의 저자 프레이저 호위는 “중국은 성장률이 반토막 났지만 지난 8년간 빚은 두배로 늘었다”고 꼬집었다.

중국의 경제가 버블붕괴전의 일본과 판박이 상태지만 과거와 유사한 형태의 버블 붕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중국이 정부 주도형 계획경제를 갖추고 있는데다 경제학자들이 일본의 버블 붕괴 부작용을 이미 학습했기 때문이다. 특히 통화정책과 기업구조조정, 부채패턴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일본과는 다른 결과를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의 경우 버블붕괴 한축은 취약한 통화정책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계속되는 강달러로 미국이 일본 등 유럽 주요개국에 통화 절상을 요구한것이 버블 붕괴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엔화 절상을 약속한 이후 3년간 엔화 가치는 달러당 240엔에서 120엔으로 급격히 절상시켜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비해 중국은 미국의 위안화 절상 압력에는 미온적으로 반응하며 안정된 통화 정책을 펼쳐왔다.

ksh@fnnews.com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