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켈, 트럼프와 만난후 안보.교역 등 모든 대외정책 EU-美 균열 표면화 시사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 유세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지난 며칠 나의 경험으로 보면 우리가 온전히 다른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 있던 시대는 어느 정도 끝났다"면서 "우리 유럽인들은 우리의 운명을 정말 스스로 책임져야만 한다"고 밝혔다.
메르켈은 이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마무리된 뒤에는 영국도 떨어져 나간다면서 "물론 우리는 미국, 영국, 그리고 러시아를 포함한 이웃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우리의 미래는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과 하루 전 G7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충돌한 뒤 곧바로 나온 발언이다. 트럼프는 지난주 유럽 순방 길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를 강하게 비판하고 유럽에 방위비 분담을 늘릴 것을 요구했다. 또 독일에 대해서는 대미 무역에서 막대한 흑자를 거두고 있다면서 "매우 나쁘다"고 비난하는가 하면 독일 자동차 업체에 대해 적대적인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G7 정상회담에서는 파리 기후협약에 대해 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트럼프는 트위터를 통해 1주일 안에 기후협약 이행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메르켈 총리는 전날 회담이 "매우 만족스럽지 못했다"면서 "미국은 파리합의를 준수하겠다는 점을 밝히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독일이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비판에 대해서도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미국을 더 이상 의지하기 어렵다는 메르켈 총리의 이날 발언은 안보부터 교역, 대외정책에 이르기까지 전반을 아우르는 것이지만 특히 안보 문제와 관련해 트럼프 취임 이후 미국과 유럽간 균열이 표면화 됐음을 시사한다.
트럼프는 지난주 브뤼셀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담 자리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선 유세 기간 나토는 "한 물 갔다"고 비난했던 트럼프는 특히 2001년 9.11 테러에 대응해 미국이 시작한 테러와의 전쟁에 나토가 동참한 것을 기리는 기념비 앞에서 한 연설에서 나토와 미국간 상호방위조약 준수 여부를 밝히지 않아 우려를 불러 일으켰다.
나토는 사상처음으로 상호방위조약 5조에 따라 미국의 대테러전에 참가했지만 이를 기념하는 기념비 앞에서조차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5조 준수 여부를 재확인하지 않은 것이다.
백악관이 곧바로 진화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미 트럼프와 유럽 정상들의 심적 간극은 쉽게 극복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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