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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공약사업에 국민연금 끌어들이지 마라

국정기획위 모순된 주장.. 정치는 멀찍이 떨어져야

문재인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공공투자 확대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연명 사회분과위원장은 29일 국민연금공단 업무보고에서 "일자리 창출은 새 정부의 핵심적인 공약"이라며 "중소기업, 벤처기업에 더 적극적인 투자를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보육.요양시설, 공공병원,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에 쓰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주기를 부탁한다"는 말도 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서두에 '국민연금기금의 시장운용 원칙을 존중하는 범위에서'라는 단서를 달았다. 기금운용 투명성과 독립성, 가입자 대표성이 반드시 확보돼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이 원칙에 따라 기금운용 지배구조 개선 문제 등 세부적인 정책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국민연금의 독립성 확보와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의 법정 기구화, 투자상품내역 공시 의무화 등 기금운용 투명성 강화를 공약으로 제시했다.

그래서 새 정부의 국민연금 정책이 헷갈린다. 김 위원장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연금 기금운용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자리 창출과 공공투자 확대에 국민연금이 참여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두 가지는 서로 상충적이다. 독립성 강화의 측면에서 보면 일자리 창출, 공공투자 확대 등에 대한 국민연금의 참여는 바람직하지 않다. 일자리 창출과 공공투자 확대는 문 대통령 공약사업이다. 국민연금이 공약사업에 참여한다면 독립성 훼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새 정부는 국민연금의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자리 창출과 공공투자 확대에 참여시키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 이게 말처럼 가능할까. 기금운용의 독립성.전문성.투명성이 확보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정부는 지난주 국무회의에 보고한 '2017년 기금평가 결과'에서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주주권 행사 지침)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의뢰했다. 국민연금의 제도 및 운용 부문에서 새 정부 초기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무리 제도를 고친다 해도 공단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 인사권을 사실상 정부가 행사하는 한 국민연금은 정부의 눈치를 볼 것이다. 임기 말에 가면 눈치 보며 참여한 사업들은 정권사업으로 치부되기 십상이며 국민연금은 또 한 차례 홍역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일자리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년들에게 취업기회를 많이 제공하려는 새 정부의 의지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의욕이 앞선 나머지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하지나 않을지 걱정이다. 국민연금 운용에 대한 정부 개입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