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火電 8기 셧다운, 수급 불안 없어야

전력 예비율 10%대로 뚝.. 에너지 정책 조급증 우려

때 이른 무더위에 벌써부터 전력 수급이 심상치 않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5월 31일 전력예비율은 14.54%까지 떨어졌다. 전날 18%에 이어 이틀째 10%대다. 20%를 한참 웃돌던 전력예비율이 뚝 떨어진 것은 월성 원전 1호기 일시 가동 중단과 에어컨 등 전력 사용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새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으로 30년 넘은 낡은 석탄화력발전소 8기의 가동을 6월 한 달간 일시정지(셧다운)한 데다 18일부터는 고리원전 1호기 가동이 영구정지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전력예비율은 13% 수준으로 떨어진다. 예비율은 최소 15%는 넘어야 돌발변수에 무리 없이 대응할 수 있다.

정부는 셧다운 대상 석탄화력 8기의 비중이 2.6%에 그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수급이 우려될 경우 가동률이 낮은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의 전력 생산을 늘리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재가동하면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정도 대책으로 우려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여름은 평년보다 더 덥다는 예보가 나온 데다 지난해 전기요금 누진제 완화로 에어컨은 벌써부터 불티나게 팔린다.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자칫 2011년 9.15 대정전의 악몽이 재연될 수 있다. 전력공급이 차질을 빚으면 제조업 중심인 우리 경제에는 치명타다. 대비를 철저히 해서 나쁠 게 하나도 없다.

전력 수급 우려가 이번 여름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에너지정책이 탈(脫)원전.화력발전으로 급선회하고 있어서다. 엊그제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원전 중심 발전의 단계적 폐기방안을 마련하라고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주문했다. 하지만 원전과 석탄이 전체 전력공급의 70%를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급격한 에너지원 변화는 많은 부작용을 낳는다.

에너지정책은 국가의 중장기 과제다. 안전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비용과 경제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원전.화력 감축이 초래할 전기료 인상에 대해서도 국민의 동의를 얻는 게 필수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에너지 소비구조도 바꿔야 한다.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LNG 수입 중단 등 최악의 상황도 가정해봐야 한다.
대지진을 겪은 일본도 원전을 재가동하는 판이다. 새 정부는 에너지정책 전반을 다시 들여다보길 바란다. 의욕만 앞서 조급하게 밀어붙일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