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fn사설] 일자리정책 밀어붙인다고 될 일 아니다

비정규직 부담금 재고를.. 기업과 머리 맞대야 성과

새 정부의 일방통행식 경제정책에 대해 재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1일 '일자리 100일 계획'을 발표했다. 일자리 창출기업에는 세제 혜택을, 비정규직을 많이 채용하는 기업에는 부담금을 매기는 제도 도입 등이 핵심이다. 청년구직수당 신설, 시급 1만원 인상,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추진 등도 포함됐다.

재계는 경제 활성화 방안은 없고 '기업 옥죄기' 정책만 나온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비정규직 부담금은 당장 새로운 형태의 준조세라는 비판이 나온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되레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고,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법제화하겠다는 방침도 문제가 많다.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리려면 3년간 매년 15.7%씩 올려야 한다. 지금도 적자에 허덕이는 영세 자영업자들과 중소기업에는 엄청난 부담이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기업과 대화가 없었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다. 요즘 재계는 정부에 목소리를 낼 창구조차 없어 속앓이를 한다. 지난달 25일 정규직 전환정책을 비판한 경영자총협회에 문재인 대통령이 "반성부터 하라"는 취지로 호통을 치면서 개별 기업은 물론 경제단체들도 모두 입을 닫았다. 조만간 결론을 내야 할 내년도 최저임금 문제나 일자리위원회의 구체적인 정책에 경제계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 자체가 실종됐다.

새 정부가 일자리 상황판의 숫자 채우기에 급급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밀어붙이면 탈이 난다. 괜찮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주체는 기업이다. 일자리정책이 성공하려면 기업들의 협조가 필수다.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에 나서도록 더 많은 당근책을 내놔야 한다. 그나마 일자리위원회가 7월부터 신(新)성장산업 규제 완화를 위한 대상 발굴에 나서겠다고 하니 늦었지만 다행이다.

일자리는 선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노무현정부의 비정규직 보호법 때문에 되레 비정규직이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9일 만에 주요 경제단체, 노조 대표와 1대1 면담을 갖고 고용 유연성을 통한 경제성장책을 논의했다. 일자리 창출 등 경제 활성화 문제는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야 부작용도 줄이면서 현실적 대안을 만들 수 있다. 새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기업 등 여러 분야에 귀를 기울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