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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소통하러 가서 기업 호통친 국정위

中企 호소에 "실망" 면박.. 일방통행 정책 계속될 우려

문재인정부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8일 중소기업중앙회와 대한상공회의소를 잇따라 방문해 간담회를 열었다. 대통령 직속 국가일자리위원회 이용섭 부위원장도 중소기업.소상공인.여성경제인들을 만나 정책 소통을 했다.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일자리 정책 시행에 따른 기업 현장의 의견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간담회는 문재인정부 출범 한달 만에 정부와 기업이 처음으로 만나 소통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기업 경영에 큰 영향을 주는 일자리 정책들을 기업들과 의견조율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논란을 불렀다.

하지만 간담회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특히 중소기업인들은 정부 정책에 대해 현실적 어려움을 호소하며 시행의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가 국정기획위 측의 면박을 받았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 등은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1만원 인상에 대해 "중소기업들이 당장 수용하기 어려우니 단계적으로 시행해 부담을 줄여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오태규 국정위 자문위원은 "중소기업이 마치 경총과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김영배 경총 부회장이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이견을 밝혔다가 문 대통령의 거센 비난을 받았던 사실을 상기시킨 것이다. 한정애 분과위원은 "새 정부의 노동정책은 대통령이 오랜 시간을 들여 얻은 생각이 담겨 있어 바뀌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 같은 질책 이후 간담회 분위기는 서먹서먹해졌다고 한다.

대한상의 간담회에서도 국정위 측은 "한국노총에서 우리 측에 파견 나온 것을 가지고 노동자 편향이라고 하던데 (대선 당시) 문 후보와 정책 협약을 맺은 곳이 한국노총뿐"이라며 마치 편향성이 당연한 것이라는 투로 설명했다. 소통을 하자고 자리를 마련했으면 현장의 소리를 경청하고 이를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국정위가 이렇게 자기 변명을 늘어놓고 호통까지 치는 것은 이른바 '완장질'이 아니고 뭔가. 이러면 기업은 잔뜩 위축될 수밖에 없다. "경총처럼 말하지 말라"고 하면 무슨 애로를 호소하고 무슨 건의를 할 수 있겠나.

이럴 거면 간담회는 왜 열었나 하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정책을 다 정해놓고 그저 형식적인 의견수렴 절차를 밟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정부와 기업은 소통하며 타협점을 찾아가야 한다. 일방통행식 정책은 실패하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