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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영세상인 못살게 구는 최저임금 인상

올리는 취지야 좋지만 부작용도 함께 살펴야

최근 한국 경제가 뚜렷한 회복세지만 영세 자영업자들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매출은 줄고 빚 부담은 늘어 수익성이 최악이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음식.숙박업 대출은 1년 전(7875억원)보다 2058억원(26.1%) 급증했다. 반면 성장률은 전분기보다 1.6% 줄어 2분기째 마이너스 성장이다.

대출의 질은 더 나빠져 우려를 키운다. 음식.숙박업의 비은행권 대출 잔액은 3월 말 12조원으로 석달 전보다 5.6% 늘었다. 증가 규모가 은행권의 2배에 가깝다. 은행이 대출 문턱을 높이자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내몰린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제동향' 6월호에서 "중국 사드 보복 등으로 작년 하반기 이후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뿐이 아니다. 새 정부가 밀어붙이는 최저임금 1만원 정책도 부담이다. 문재인정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 김진표 위원장은 11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인상 공약 이행을 위해 카드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최저임금 1만원 인상 때 가장 큰 문제가 영세자영업자라며 이들의 경우 최저임금 시행 유예기간을 두는 등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보완은 하되 강행하겠다는 의미다.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연합회 등 사용자들은 부작용이 크다며 반발해왔다. 새 정부 최저임금 인상 계획대로라면 3년 새 54%, 매년 15.7%씩 올라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현재 시간당 6470원의 최저임금을 받는 근로자는 337만명이지만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올라가면 최저임금 근로자 수는 882만명으로 급격히 늘어난다. 가뜩이나 한계상황에 내몰린 영세 기업.소상공인들은 감당할 수준이 아니라고 하소연한다.

새 정부의 국정철학인 '소득주도 성장'을 위해 취약계층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최저임금을 올리면 내수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재계의 주장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근로자 살리려고 최저임금을 올렸더니 근로자가 되레 해고 위험에 내몰렸다는 이른바 '최저임금의 역설'이다. 이런 역설이 생기지 않도록 신중해야 한다.

문제는 정책의 시행 속도다. 급히 먹으면 탈이 나듯이 최저임금 인상도 마찬가지다. 사용자들은 반대가 아니라 속도를 조절하자는 얘기다. 부작용 최소화를 위해 사용자의 말에 귀를 열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최저임금 1만원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이상과 현실의 충돌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최저임금위원회가 오는 15일 사실상 첫 가동된다. 진보정권의 조정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