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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한달 넘긴 문재인정부, 내각은 텅텅 비어

5년마다 발목잡기 되풀이.. 국익 차원에서 봐도 손해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국회에서 시정연설을 한다.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이왕 국회에 간 김에 문 대통령은 야당 지도부를 만나 인사청문 협조를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강경화 외교장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부겸 행정자치부 장관을 비롯한 다른 후보자들도 줄줄이 대기중이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달이 넘었다. 하지만 내각은 텅텅 비었다. 국무회의를 열어도 박근혜정부 장관들을 '임대'해서 쓴다. 이런 비정상을 더이상 방치해선 곤란하다.

문 대통령은 야당과 협치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지금도 노력하고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한 발 더 나아가길 바란다. 국회 세력판도를 볼 때 이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과반수를 밑도는 집권세력이 풀어야 할 숙제이기도 하다. 야당이 협조하려면 명분이 있어야 한다. 그 명분을 제공하는 것은 문 대통령과 집권당의 몫이다.

동시에 우리는 야당에 대승적 협조를 당부한다. 보수정부 시절 진보야당이 물고늘어진 것은 사실이다. 박근혜정부는 정부조직 개편까지 겹쳐 애를 먹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대국민담화까지 내며 국회를 압박했다.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불거지는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때가 됐다. 보수.진보를 떠나 어느 정부가 들어서든 일은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는 부인이 취업할 때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에 발목이 잡혔다. 김 후보자는 재벌 지배구조가 전공이다. 하지만 그의 주특기는 부인의 토익 점수 '변조' 논란에 가렸다. 강경화 외교장관 후보자도 위장전입이라는 곁가지에 본질이 덮였다는 인상이 짙다. 지난주 전직 외교장관 10명이 강 후보자를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이미 국제사회에서 검증된 인물"이라는 게 주내용이다. 성명엔 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정부에서 일한 전직 외교장관들이 참여했다.

지난 2000년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뒤 우리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생겼다. 고위 공직을 꿈꾸는 이들은 도덕성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게 됐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청문회는 인재를 몰아내는 부작용을 불렀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금쪽같은 시간을 허비한다. 국익에 비춰봐도 현 청문회 제도는 손질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