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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붙은 정부주도 통신요금 인하공방] 민간경쟁 외면한 이스라엘, LTE 놓치고 5G망 구축 꿈도 못꿔

(2)해외 성공·실패 사례를 '교훈'으로
美, 사후규제로 경쟁 유도.. 요금표 공시외에 규제 없어.. 유럽은 시장개입 쓴맛 경험
4G 인프라 마련 제때 못해 5G로 퀀텀점프 적극 지원
"정부의 직접 개입 지양을" 주요국 목소리 귀기울여야

[다시 불붙은 정부주도 통신요금 인하공방] 민간경쟁 외면한 이스라엘, LTE 놓치고 5G망 구축 꿈도 못꿔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을 인하하라며 연일 미래창조과학부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 국정기획자문위원회(국정기획위)에 대한 경고음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일제히 민간 경쟁으로 운용되는 통신시장에 정부의 직접 개입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전문가들은 국정기획위가 정부의 통신시장 직접 개입으로 인해 4세대(4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을 포기한 이스라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2010년 초 직접 요금인하를 주도했다. 이 결과 이동통신 회사들의 순이익이 절반 이상 떨어지면서 4G 롱텀에볼루션(LTE) 인프라를 구축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 4G 서비스 보급률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 정부는 지난 2002년 KT 민영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KT는 정부의 통제나 영향을 받지 않는 순수 민간 기업으로 전환했다"고 세계 투자자들을 향해 천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국정기획위가 통신시장에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세계시장에서는 한국의 ICT 산업이 다시 과거형 '관치'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스라엘 정부의 통신시장 직접 개입…모바일 경쟁력 급락

12일 ICT 전문가들에 따르면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통해 투자를 독려하는 정책이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ICT와 전통산업 융합이 핵심인 4차 산업혁명 1차 동력이 유.무선 통신 인프라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5세대(5G) 이동통신은 초고속.초연결.초저지연이 핵심인 차세대 이동통신이란 점에서 글로벌 통신사업자 간 조기상용화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이와관련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시장 직접 개입을 통해 ICT 정책실패를 경험한 이스라엘 정부의 사례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010년부터 정부가 직접 통신요금에 칼을 댄 이스라엘 정부는 좁은 면적과 적은 인구를 감안하지 않은채 기간통신사업자를 3개에서 5개 늘렸고 알뜰폰(MVNO) 업체 4곳을 시장에 진입시키는 정책도 펼쳤다. 그 결과, 현지 1위 이통업체인 셀콤의 순이익은 56% 급감했고, 2012년 통신시장에 뛰어든 골란은 매출 부진을 견디지 못한 채 결국 지난 1월 한 전자회사에 인수됐다. 게다가 이스라엘 통신업체들의 수익 감소에 따른 매출 대비 투자비율은 7~9%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인 16~17%의 절반에 그치는 실정이다.

이 결과 이스라엘의 모바일 인터넷 보급률은 OECD 국가 중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고, 5G 개발은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미국 FCC "5G 투자 촉진을 위해 규제 완화"

반면 미국과 유럽등 선진국들의 규제기관은 자국 통신회사들을 5G 인프라 경쟁에 나서도록 독려하기 위해 정책의 기조를 직접 개입-사전규제에서 사후규제-경쟁을 통한 간접개입으로 발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미국은 모든 유.무선 사업자가 요금표를 공시하도록 하는 것 외에 어떤 규제도 두지 않고 있다. 대신 이동통신 업체들이 소비자에 해가 되는 위법을 저지르면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사후중지명령을 내리는 사후규제 형태다. 또 최근엔 아지트 파이 FCC 의장이 직접 나서 "우리의 새로운 비전은 5G 실현에 필요한 거대한 투자를 이끌어 내는 것"며 규제 완화를 통한 투자 촉진을 진두지휘하고 나섰다.

■유럽경제, 통신역할 날로 커져…5G 퀀텀점프

유럽전자통신규제기구(BEREC) 등의 시장 간섭으로 2009년 이후 침체를 겪었던 유럽 역시 최근 '디지털 세상에 통신의 역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 8년 간 오렌지와 보다폰 등 주요 통신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결과 통신사의 매출이 줄어들고 네트워크 투자가 위축되면서 유럽 전역의 LTE 보급률이 1%에 그치는 악순환이 발생한 것이다.

최근 유럽연합은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의 인터넷 서비스 업체들이 유럽인들의 일상을 좌우하는 것이 유럽 경제의 미국 종속을 일으키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근본원인이 유럽내 통신인프라 투자가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이 때문에 유럽연합은 주요 국가들이 통신회사의 5G 투자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을 권유하고 있다. 4G 투자에 나서지 못한 정책실패를 5G 퀀텀점프(대도약)로 만회하겠다는 것이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