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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이주열·김동연 더 자주 만나 소통하길

긴축 시기 놓고 갈등 일수도.. 정부·한은 한 방향으로 가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만났다. 김 부총리가 취임인사차 한은에 들렀다. 회동은 무난하게 끝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총리는 "한은과 소통하면서 의견을 듣겠다는 겸허한 자세로 왔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정부와 긴밀하게 협조하겠다"고 화답했다.

두 사람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찮다. 회동 하루 전 이 총재는 긴축을 시사하는 말을 했다. 한은 창립 67주년 기념사에서다. "경제 상황이 보다 뚜렷이 개선될 경우 통화정책의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제를 달긴 했지만 방점은 '조정'에 찍혔다. 조정은 곧 금리인상을 뜻한다. 신임 경제부총리와 만남을 앞두고 나온 이 총재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장차 한은이 나아갈 방향을 새 정부에 알린 성격이 짙다.

이 총재로선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을 듯하다. 나라 밖에선 미국이 금리인상을 주도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3~14일(현지시간)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릴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미국 연방기금 금리는 1~1.25%로 높아진다. 금리 상단이 현행 한국은행 기준금리(1.25%)와 같아지는 셈이다. 만약 한은이 7월 금통위에서 금리를 묶고 연준이 9월에 또 금리를 올리면 한.미 간 금리역전이 발생한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금리역전은 달러 유출을 부추길 공산이 크다.

나라 안을 봐도 마냥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기 힘들다. 올 들어 수출은 호조세로 돌아섰고, 대선 뒤 소비심리도 꿈틀거린다. 부동산은 거품을 걱정할 처지다. 저금리가 부른 눈덩이 가계부채는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 만큼 커졌다. 중앙은행 본연의 임무는 물가안정이다. 한창 파티가 무르익을 때 슬쩍 펀치볼(음료수 그릇)을 치우는 게 중앙은행이 할 일이다. 이 총재는 그 역할을 염두에 두고 있는 듯하다.

김 부총리는 입장이 다르다. 문재인정부는 이제 막 1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재정지출 확대는 금리인상, 곧 긴축과 반대 방향이다. 통화.재정 정책이 엇박자를 내는 꼴이다. 이는 시장에도 혼선을 줄 수 있다.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가 서로 제 고집만 부려선 안 된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4월에 끝난다. 남은 10개월간 두 사람이 더 자주 만나 소통하길 바란다. 정책 방향 못지않게 정부와 한은이 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신호를 주는 게 중요하다.
불가피하게 금리를 올리더라도 충분한 사전예고는 필수다. 연준이 활용하는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가 모델이다. 그래야 시장이 놀라지 않고 대비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