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

[다시 불붙은 정부주도 통신요금 인하공방] 요금결정, 분명한 민간 영역… 정부 개입 논란 종지부 찍자

(4.끝)  반복되는 '인하 공약' 고리 끊어야
통신요금 부담 크다? 가계지출 중 차지하는 비율 10년새 5.6%서 4.3%로 ↓
지켜지지 않은 空約 10년째 나온 요금인하 공약.. 갈등만 키우고 실천 안돼
정부정책 새판 짜자
요금인가제 폐지 통해 시장개입 가능성 없애야

[다시 불붙은 정부주도 통신요금 인하공방] 요금결정, 분명한 민간 영역… 정부 개입 논란 종지부 찍자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5년 국내 2인 이상 가계의 통신요금은 13만1300원에서 지난해 14만4000원으로 11년 간 9.6% 증가했다. 그 사이 가계 소득은 289만8300원에서 439만9200원으로 51% 증가했다. 가계지출 중 통신요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5년 5.6%에서 2016년에는 4.3%로 줄었다.

그러나 국민들은 대부분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생각하고 있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올 초 진행한 '실질적 가계통신료 인하방안 모색을 위한 소비자인식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75.3%가 가계 통신요금 부담을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가계소득 증가율이나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나 해외 통신요금을 비교하더라도 우리나라 통신요금은 높은 편이 아니라는 객관적 지표가 꾸준히 제시되고 있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통신요금이 비싸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소비자단체와 정보통신기술(ICT) 학계에서는 "지난 2007년 이후 정치인들이 매번 선거철마다 통신요금을 내리겠다는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공약(空約)을 반복하면서 국민들이 통신요금은 내려야 할 대상이라는 강한 인식을 갖게 됐다"며 "10년째 되풀이되는 정부주도의 통신요금 인하 논란을 그치려면 정부가 스스로 민간 통신사업자들의 요금전략에 끼어들 수 없다는 것을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치권의 요금인하 압박→영업적자가 불가피한 통신업계 반발→정부와 통신사에 대한 소비자 불신 가중'이 악순환되면서 ICT서비스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높이고 이는 결국 4차 산업혁명 등 ICT 중심 경제체질 전환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요금 20%인하', '반값 통신비'…空約 도돌이표

14일 국회 및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이후 역대 대선 후보들은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결국 사회적 갈등만 일으키고 국민 불신만 키운채 유야무야 처리됐다.

공약이 지켜지지 않은 근본 원인은 통신요금 결정에 정부가 끼어들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은 SK텔레콤의 이동전화 요금, KT의 초고속인터넷 요금이 새로 만들어지거나 인상될 때 정부가 인가하도록 돼 있다. 이것이 유일한 정부의 요금간섭 권한이다.

결국 통신사가 특정한 요금상품을 만들도록 강제할 권한이 없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권에서는 이 인가제를 통해 통신요금을 인하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대책을 찾아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요금인가제 폐지-지배적 사업자 개선등 경쟁정책 바꿔야

익명을 요구한 한 ICT 전문가는 "정부가 통신회사에 대한 규제권한을 유지하기 위해 놓지 않고 있는 요금인가제가 오히려 미래창조과학부를 괴롭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10년째 반복되고 있는 정부 주도 통신요금 인하 논란에 마침표를 찍기 위해서는 요금인가제 폐지를 비롯해 통신산업에 대한 정부개입을 차단하도록 정책적으로 선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치열한 글로벌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는 통신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글로벌 수준에 맞는 경쟁정책의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스스로 시장개입의 권한을 버려야 통신요금 인하에 대한 정치권의 요구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국회와 정치권 역시 순간적 표심을 볼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과 의견을 교류하면서 ICT 생태계 전반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이병태 카이스트 IT경영학과 교수는 "정부가 통신요금 인하를 압박하는 것은 법을 초월하는 일"이라며 "정부가 스스로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일각에 휘둘려 관치행정을 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likim@fnnews.com 김미희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