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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에 75억 지원요구 기획안, 인터넷으로 짜깁기"..신동빈 혐의 부인 고수

"롯데에 75억 지원요구 기획안, 인터넷으로 짜깁기"..신동빈 혐의 부인 고수
경영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9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7.6.28/사진=연합뉴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 공판에 38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에 나온 신 회장은 종전의 혐의 부인 입장을 고수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최순실씨가 롯데 측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자세한 지시를 내린 정황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는 30일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신 회장 등 피고인이 모두 출석한 가운데 심리를 진행했다. 이들 3명이 나란히 법정 피고인석에 앉은 것은 지난달 23일 첫 공판 이후 처음이다. 이날 박헌영 K스포츠재단 전 과장도 롯데와 SK 뇌물 사건 심리를 위해 법정에 증인으로 나왔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첫 기일에 밝힌 혐의 인정 여부 등에 대해 변경할 것이 있느냐"는 재판부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검찰은 신 회장이 2015년 11월 롯데월드타워가 면세점 특허사업자 선정에서 탈락하고 관련 문제가 생기자 지난해 3월 박 전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에서 협조를 부탁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그 대가로 최씨가 실소유주로 의심받는 K스포츠재단에 하남 거점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을 요구했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이후 롯데는 K스포츠재단에 75억원을 지원했다. 그러나 K스포츠재단은 롯데가 경영 비리와 관련해 압수 수색을 받기 직전 지원금을 반환했다. 당시 K스포츠재단은 '롯데에 큰 문제가 있다'는 최씨 말에 따라 돈을 돌려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날 박 전 과장은 롯데에 요구한 재단 지원금 75억원이 25일 만에 결정됐다고 증언했다. 박 전 과장은 정현식 전 사무총장과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와 함께 롯데그룹 관계자를 만나 K스포츠재단 추가 지원금 출연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검찰에 따르면 지난해 3월 22일 최씨의 지시를 받은 박 전 과장 등은 롯데그룹 관계자와 만나 하남 거점 체육시설 건립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4월 15일 롯데는 시설 건설에 필요한 75억원 전액을 지원하기로 확정했다.

박 전 과장은 "최씨가 지원 금액을 먼저 정하고 그에 맞춰 인터넷으로 자료를 짜깁기해 사업기획안을 만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에 따르면 같은 해 6월 7일 K스포츠재단이 롯데 측에서 받은 지원금을 갑자기 반환하기로 결정됐다. 현충일인 전날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은 정 전 사무총장과 최씨에게 연이어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다.
박 전 과장은 "롯데 측에서 지원금을 반환해야 할 급박한 사유가 발생하자 현충일이지만 이를 논의한 것이 맞는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갑작스럽게 반환이 결정돼 당황스러웠다"고 전했다. 지원금을 반환하기 시작한 다음 날인 6월 10일 검찰은 롯데 비자금 관련 롯데 본사 등을 전면 압수수색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