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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물건너간 통합 … 설익은 정책실험 없어야

새정부 첫 내각 친문 일색.. 4대강·탈원전 등 길게 봐야

새 정부 출범 55일 만에 초대 내각 명단이 일단 다 채워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3일 산업통상자원부.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함께 장관급인 방송통신위원장.금융위원장 후보자를 지명하면서다. 산업부.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낙점된 백운규.박능후 교수는 대선 때 '문재인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도 언론 관련 단체에서 활동할 때 김대중.노무현정부와 코드를 맞췄던 인물이다. 아직 각종 도덕적 흠결로 청문회 관문을 넘지 못한 후보자도 있지만 1기 내각의 친문 색채만큼은 뚜렷해졌다.

지금까지 발탁된 장관(급)이나 후보자 17명 중 대다수가 선거 공신이나 여당 의원이다. 현 정부나 참여정부와 직접 연관이 없는 인사는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강경화 외교장관 등 손꼽을 정도다. 애초 거론했던 대탕평 내각은 후일을 기약해야 할 판이다. 물론 효율적 국정운영 차원에서 호흡이 잘 맞는 인물들을 요직에 앉히는 걸 무조건 백안시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정도가 문제다. 대통령중심제에서 인사독식이 무슨 문제냐며 마구 밀어붙이면 결국엔 부메랑을 맞게 된다. 친박 일색으로 당정을 꾸리려던 욕심이 빚은 참사를 박근혜정부에서 이미 경험했지 않나.

벌써 코드 인사의 부작용은 나타나고 있다. 심각한 문제는 정책 편향성이다. 국토교통부가 코레일과 철도시설공단의 통합을 밀어붙이고 있는 데서 그런 불길한 조짐이 감지된다. 참여정부에서 가닥을 잡았던 철도개혁에서조차 역주행하는 꼴이 아닌가. 환경단체를 이끌었던 김은경 환경부 장관 후보자는 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4대강 보 전면 철거를 시사했다. 하지만 수질뿐만 아니라 홍수 방지나 가뭄 대책까지 염두에 둔 종합적 사고로 '4대강 재자연화'를 거론했는지 궁금하다.

새 정부의 탈원전 공약을 설계한 백운규 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린다. 신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에너지정책의 궁극적 지향점이라는 걸 부인할 사람은 없다. 다만 나무와 숲을 함께 봐야 한다.
실질적 대안 없이 탈원전.탈석탄을 부르짖다 보면 에너지 수급체계는 붕괴되고 산업의 국제경쟁력은 사라진다. 집단사고에 갇혀 설익은 정책 실험을 남발해선 곤란하다. 새 정부의 성패는 대통령 지지도가 높은 임기 초반에 국민 다수가 신뢰할 만한 국정방향을 설정하는 데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