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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공판 방청객 소란에 재판부 곤혹

과태료.감치 등 가능하지만 정치적이용 우려 조치 고심

"검찰, X 같은 놈!"

지난달 28일 이영선 전 청와대 경호관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이 선고되자 방청석에 앉아 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가 외친 욕설이다. 재판부가 "공소 사실은 모두 유죄로 판단한다"고 말하는 순간 "말도 안 돼"라고 소리친 중년 여성이 퇴정당한 상태였다. 한 방청객은 재판부를 향해 "X 같은 놈, 천벌 받을 거다!"며 손가락질을 하기도 했다. 소란이 거듭되자 선고문을 읽던 김선일 부장판사는 잠시 호흡을 가다듬기도 했다.

■재판 시작 때마다 '당부'해도…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 재판 등 '국정농단' 공판에서 방청객 소란이 이어지고 있다. 재판부는 이런 방청객을 퇴정시키고 정숙을 당부하지만 별 효과가 없는 실정이다. 현행법상 과태료 부과, 또는 감치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강한 반발이 우려돼 재판부로서도 곤혹스런 상황이다.

대개 국정농단 재판은 재판부의 당부로 시작된다. 재판부는 "방청객 여러분, 이 사건은 국민적 관심이 많은 중요한 사건입니다. 재판장의 지시와 통제에 따라 정숙을 유지하면서 원활히 재판이 진행되도록 협조해주십시오"라고 요청한다. 재판 시작 때마다 박 전 대통령에게 일어나서 인사를 하겠다는 방청객과 이를 말리는 법정 경위간 실랑이가 거듭되기 때문이다.

■"업무 과다, 역풍 우려 엄정 조치 어려워"

일선 판사들은 감치나 과태료 처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털어놓는다. 서울고법 한 부장판사는 "감치 명령을 하더라도 가뜩이나 업무가 많은 상황에서 관련 재판을 열기가 쉽지 않다"며 "더구나 박 전 대통령 지지자에게 감치를 명한다고 소란이 사라질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법정 등의 질서유지를 위한 재판에 관한 규칙' 4조에 따르면 감치나 과태료를 부과하는 재판은 위반행위가 있는 시점부터 24시간 이내에 재판을 열어야 한다.


'정치적'으로 이용될 염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다른 부장판사는 "특히 국정농단 사건은 최대한 공정하게 진행해야 한다"며 "자칫 감치명령 때문에 '결론을 내린채 재판을 진행한다'는 오해를 살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의 한 변호사는 "열성 지지자의 소란은 명백하게 '의도성'이 있다"며 "공판에 악영향을 끼치는 소란에 재판부가 엄정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