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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 Plus] 한폭의 수묵화 같은 경북 청송을 가다

용추협곡, 아득한 전설 속으로.. 아늑함과 평온함 주왕산 국립공원
용이 승천했다는 용추폭포와 협곡 지나다 보면 ‘중국 장가계’ 안부러워
주왕산 바위 하나, 폭포 하나에도 사연 가득하구나
짝잃은 청학이 울었다는 절벽 학소대, 용이 승천한 폭포로 알려진 용추폭포
대한민국 대표적인 절경으로 유명.. 최근 '대명리조트 청송' 문열어
경북·동해안 관광 베이스캠프 될듯

[yes Plus] 한폭의 수묵화 같은 경북 청송을 가다
경북 청송의 대표적 관광지인 주왕산 국립공원엔 속세와 천상을 가르는 듯한 용추협곡이 자리하고 있다. 기암괴석으로 둘러싸인 협곡을 지나면 3단으로 구성된 용추폭포가 나온다. 사진=조용철 기자

【 청송(경북)=조용철기자】 산길 따라 물길 따라 걸으니 산새와 풀꽃들이 소곤소곤 이야기를 건넨다. 태고의 신비를 가득 품은 채 푸른 숲과 맑은 물이 어우러진 청송은 어머니 품속 같이 아늑하게 느껴진다. 노송에 학이 깃들어 있는 수묵화 한 폭이 연상된다. 산이 높고 늘 푸른 나무들이 많아 사람들의 가슴을 설레게 만든다. 울창한 송림에 에둘러진 청송은 주왕산 국립공원을 비롯해 주산지, 신성계곡, 얼음골 등과 함께 송소고택을 비롯한 전통고택, 달기백숙, 약선요리 등 전통 음식이 잘 보존돼 있어 다른 지역보다도 자연자원이 훼손되지 않은 지역 중 하나다. 고 서홍송 대명레저산업 선대회장의 고향이기도 한 청송에 지난달 28일 대명리조트 청송이 개관하면서 관광인프라도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빼어난 절경과 맑은 물, 그리고 소나무 숲을 자랑하는 신성계곡에 도착하니 방호정에서 설산이 연상되는 백석탄에 이르는 계곡 전체가 한폭의 그림으로 다가온다. 계곡 전체가 청송 8경의 1경으로 지정돼 있다. 신성계곡의 정수로 꼽히는 백석탄은 '하얀 돌이 반짝거리는 하천'이라는 뜻으로 눈부신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며 연이어 나타난다. 계곡 흐름에 따라 오랜 시간 동안 풍화되고 침식돼 암반에 항아리 모양의 깊은 구멍들이 생긴 백석탄은 희다 못해 푸른빛이 감도는 암반들이 눈에 덮인 듯 하얗다. 그 위를 맑은 물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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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경북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은 가는 곳마다 오래된 이야기와 전설을 품고 있다. 주왕산 국립공원을 찾은 젊은 여행객이 주왕산 장군봉을 바라보고 있다.


해발 720m의 주왕산은 태백산맥의 지맥으로 아름답고 친근감이 감돈다. 주왕산 입구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이 기암이다. 당나라 주왕의 군사가 이곳에 깃발을 꽂았다는 전설에 따라 기암(旗岩)이라고 부르게 됐다고 한다. 기암은 주왕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드문드문 자라난 노송이 운치를 더한다. 석병산, 대둔산, 주방산이라고도 불린 주왕산은 전설에 의하면 중국에서 반란에 실패한 주왕이 청송 석병산으로 피신했다. 중국 황제는 신라왕에게 주왕을 격퇴시킬 것을 요청했고 신라왕은 마일성 장군 형제를 급파했다. 주왕은 마 장군 병사의 화살을 맞고 운명해 수단화로 피어났다. 훗날 이를 기려 석병산은 주왕산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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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을 오르다보면 경사 90도의 가파른 절벽을 만난다. 학소대다. 옛날 이 절벽 위에 청학, 백학 한 쌍이 살고 있었느데 어떤 포수가 백학을 쏘아 잡은 후 남은 청학이 날마다 슬피 울면서 학소대 부근을 배회했다고 전해진다. 학소대와 마주한 병풍바위를 한 폭에 담은 그림은 '한국 자연의 100경'에 선정될 만큼 경관이 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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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왕산 시루봉


신라 37대 선덕왕이 후손이 없어 무열왕 6대손인 김주원을 왕으로 추대하려고 했는데 각간 김경신이 내란을 일으키자 김주원이 왕위를 양보하고 석병산으로 은신해 대궐을 지은 곳이라는 전설을 간직한 곳이 바로 급수대다. 대궐터는 급수대 정상이라고 전해지며 산상에 물이 없어 계곡 물을 퍼올려 식수로 썼다고 해서 급수대라고 부르게 됐다. 급수대는 주왕산 국립공원을 이루고 있는 대표 암석인 응회암이 형성될 당시 기둥 모양으로 틈이 생긴 주상절리를 가장 잘 살펴볼 수 있는 곳이다. 급수대 앞 오솔길을 지나노라면 계곡 쪽으로 기울어진 가파른 절벽이 금세라도 무너질 듯 아찔하다.

용추폭포는 '용이 승천한 폭포'라는 의미로 모두 3단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과 2단 폭포 아래에는 각각 선녀탕, 구룡소라고 불리는 돌개구멍이 있고 3단 폭포 아래에는 폭호(瀑壺)를 만날 수 있다. 구룡소를 돌아나온 계곡물이 새하얀 포말을 내뿜으며 돌허리를 타고 힘차게 쏟아져내려 자그마한 소를 이루고 그 앞에 작은 모래밭과 자갈밭을 형성해 아름다움을 더한다. 폭포 주변의 주왕산 응회암 절벽에선 화산 폭발 당시 뿜어져 나온 부석과 같은 덩어리들이 높은 압력에 의해 렌즈 모양으로 납작하게 눌려진 곳을 관찰할 수 있다. 특히 이곳은 예로부터 청학동이라고 불리며 선비들이 자연을 벗삼아 풍류를 즐기던 곳으로 용추협곡 입구에 들어서면 신선세계에 발을 딛는 듯한 착각마저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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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좌 화백의 '청량대운도'


■객주문학관에서 민중생활사를 한눈에

청송에는 주왕산의 빼어난 절경 뿐 아니라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한 객주문학관, 희귀한 꽃돌, 위장병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진 달기약수 등 둘러볼 곳이 많다. 보부상들을 중심으로 민중생활사를 생생하게 그려낸 김주영 작가의 대하소설 '객주'를 테마로 문을 연 객주문학관은 폐교된 진보 제일고 건물을 증.개축해 사용하고 있다. '객주'를 중심으로 작가의 문학세계를 담은 전시관과 소설도서관, 스페이스 객주, 영상교육실, 김주영 작가의 집필실인 여송헌 등으로 구성돼 있어 조선 후기에 활동하던 보부상들의 활동상이나 조선 후기 상업사를 단편적으로나마 엿볼 수 있다.

옛 신촌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해 건립된 청량대운도 전시관엔 동양화로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작품인 '청량대운도'(가로 46m, 세로 6.7m)가 전시돼 있어 장관을 이룬다. 야송 이원좌 화백이 예술혼을 불사르며 혼신의 힘을 다해 그린 청량대운도를 바라보고 있으면 거대한 작품 크기와 함께 실경산수화의 진수를 보여주는 자연의 경이로움에 감탄이 절로 난다.

청송 수석꽃돌박물관은 자연의 미가 살아있는 수석과 세계적으로 희귀한 청송꽃돌을 전시해 놓은 힐링 공간이다. 오랜 세월 자연이 빚어낸 고요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수석과 생성의 비밀을 간진한 채 다가온 신비의 꽃돌을 언제나 접할 수 있다.

7개동 99칸으로 '덕천동 심부자댁'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송소고택은 만석꾼 청송 심씨의 7대손인 송소 심호택이 조상의 본거지인 덕천동에 집을 옮기면서 건축한 가옥으로 조선 후기의 전형적인 상류층 가옥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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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명리조트 청송


한편 대명리조트 청송이 지난달 28일 개관하면서 국내.외 관광객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청송은 주왕산, 주산지, 절골계곡 등 다양한 관광 콘텐츠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숙박시설 부족으로 관광산업 활성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강춘호 대명리조트 청송 총지배인은 "청송 지역이 안동과 영덕 가운데 위치한 만큼 경북 내륙과 동해안 관광지들을 잇는 베이스캠프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청송의 문화재를 둘러보니 배가 출출해진다. 달기백숙을 먹으러 청송읍으로 이동한다. 상탕, 중탕, 하탕, 신탕, 옥탕, 장수탕 등 총 10여개의 약수터가 있는 달기약수탕은 탄산 성분이 많아 먹으면 톡 쏘는 맛이 있고 위장병에 특히 효험이 있다고 한다.
달기약수가 발견된 것은 조선 철종 때라고 한다. 약수는 아무리 가물어도 솟아나는 양은 변함이 없고 엄동설한에도 얼지 않으며 빛과 냄새가 없다. 약수로 밥을 지으면 밥이 푸른 색을 띠며 찰기가 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