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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안된다

한수원 이사회에 관심 집중.. 원안委서 정식으로 다루길

한국수력원자력이 13일 이사회를 열어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이사회는 이관섭 사장 등 상임이사 6명에 비상임이사 7명을 합쳐 모두 13명이다. 한수원은 한국전력이 100% 지분을 가진 공기업이다. 여느 때와 달리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온통 경북 경주시 한수원 본사에서 열리는 이사회에 쏠려 있다. 그만큼 이사진의 책임이 막중하다.

문재인정부는 이미 방침을 정했다.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일시 중단하고 공론화위원회를 꾸려 여론을 수렴한 뒤 시민배심원단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 관련 공문을 한수원에 보냈고, 다시 한수원은 이를 건설사에 보냈다. 이어 한수원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3일 이사회는 2라운드에 해당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신고리 5.6호기 원전 공사는 중단하면 안 된다. 이미 공정률이 29%에 가깝다. 수조원에 이르는 매몰비용이 너무 크다. 건설사에도 큰돈을 물어줘야 한다. 귀한 세금을 이런 식으로 낭비할 순 없다. 문재인정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4대강, 자원외교로 막대한 예산을 낭비했다며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다짐한다. 하지만 예산 낭비 측면에서 보면 원전 건설 중단도 그와 다르지 않다.

절차도 문제다. 위에서 미리 다 짜놓고 압박하는 식이어선 곤란하다. 박근혜 탄핵사태가 남긴 교훈 중 하나는 모든 결정이 합당한 절차를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연금도 윗선 지시에 소신껏 대응하지 못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11일 감사원이 밝힌 '복마전 면세점'도 마찬가지다. 새 정부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제동을 건 것도 절차를 문제 삼은 결과다. 원전 정책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옳다.

한수원 이사회가 정부 방침에 반기를 들기는 쉽지 않다. 누구든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13인 이사회가 꼭 염두에 둬야 할 게 있다. 공기업이 정부 비위만 맞추면 무사통과이던 시절은 지났다. 국민연금은 반면교사다. 게다가 한수원 노조는 공사 일시중단 결정이 내려지면 이사진을 배임 혐의로 고발하겠다고 벼른다. 건설사, 현장 근로자, 인근 주민들도 뿔이 났다.

급할수록 기본으로 돌아가자. 원전 건설 허가권은 국무총리 소속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있다. 원안위는 작년 6월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허가했다.
공사 중단 결정도 원안위에서 하는 게 합리적이다. 원안위에는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할 책무가 있다. 말단 집행기관인 한수원이 섣부른 결정을 내리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