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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 톡] VPN 접속차단 수위 높이는 中정부

【 베이징=조창원 특파원】 개방경제를 표방하는 중국이지만 인터넷을 통한 해외정보 접근은 여전히 '깜깜이' 상태다.

중국 정부가 해외인터넷 우회접속 프로그램인 가상사설망(VPN) 접속 차단 수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VPN은 중국 당국이 운용하는 인터넷 감시시스템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을 우회해 구글. 페이스북.트위터.유튜브 등에 접속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중국에서 VPN은 인터넷을 통해 해외정보를 접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연결선이다. 중국 내 기업과 대학, 언론사 사이에서 VPN에 대한 의존도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 1월 중국 내 인터넷 관할부처인 공업정보화부가 사전 승인 없는 VPN 서비스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히면서 VPN 접속제한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그러나 중국 내 일부 VPN업체에 대한 조치로 끝나면서 이용자들의 불편은 기우에 그쳤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자국 내 3대 이동통신사인 차이나모바일, 차이나유니콤, 차이나텔레콤에 내년 2월 1일까지 VPN 접속을 차단할 것을 지시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번 지침은 중국 내 일부 VPN업체를 대상으로 한 게 아니라 통신망 자체를 타깃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VPN 사용에 적잖은 타격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 역시 중국 VPN업체의 서비스에 국한될 전망이다. 인터넷 관련기술이 워낙 발달한 탓에 중국 이통사들을 틀어쥐더라도 정상적 접속서비스로 위장하는 기술 등으로 통제를 넘어서는 외국업체에 규제의 힘이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중국 정부의 잇단 VPN 통제로 해외정보 접근이 불리해지는 대상은 일반 중국인이 되는 셈이다.

언론들은 중국의 이 같은 해외정보 접근제한 조치를 사회주의 체제 안정을 위한 검열 강화의 일환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올 들어 잇따라 강도 높은 VPN 제한조치가 나오는 배경으로 올가을 개최될 예정인 제19차 당대회 일정을 꼽는다. 중국 지도부 개편이 대거 이뤄질 당대회를 앞두고 해외 인터넷망을 통한 치열한 권력투쟁이 펼쳐질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이 같은 해외정보에 대한 제한은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표방하는 최근 중국 정부의 언급과 배치되는 것 아니냐는 뒷말들이 나온다. 자유로운 상품과 서비스 거래를 주장하면서도 정보서비스에 대해서는 유독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중국은 경제와 사상.이념의 문제를 별개 사안으로 놓고 접근하는 듯하다. 중요한 점은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해외정보에 목말라 있는 수요자의 욕구와 나날이 발전하는 인터넷기술 앞에 인터넷 검열 기조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 것이냐에 초점이 모아진다. VPN 규제가 제2의 VPN을 낳는 것처럼 말이다.

jjack3@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