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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끝내 2%대로 떨어진 잠재성장률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2%대 후반으로 떨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행은 13일 경제전망보고서에서 2016~2020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2.8~2.9%로 추정했다. 한은이 2%대 잠재성장률을 발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 같은 부작용을 낳지 않으면서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흔히 한 나라 경제의 기초체력으로 비유된다.

2%대 잠재성장률은 예견됐던 일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 5% 안팎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인 2011~2014년 3%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문제는 하락 속도가 너무 가파르다는 것이다. 불과 1년반 전에도 한은은 2015∼2018년 잠재성장률을 연평균 3.0∼3.2%로 내다봤다.

원인은 여러 가지다. 한은은 우선 지나친 규제가 기업의 혁신과 투자를 막아 생산성을 떨어뜨린다고 봤다. 생산성이 낮은 서비스 부문으로 노동력이 몰리는 것도 생산성을 갉아먹는 요소다. 저출산·고령화도 심각한 문제다. 올해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세로 돌아서 잠재성장률 하락을 가속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방법은 기초체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근본적인 대책은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려면 경제활동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 개혁은 필수다. 산업 구조조정은 물론 4차 산업혁명에도 대비해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산업이 일어나고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노동개혁도 빼놓을 수 없는 과제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한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시급하다.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거꾸로 간다. 규제를 없애야 할 판에 통신비 인하, 최저임금 1만원 등 자꾸 시장에 간섭한다. 공공기관의 성과급 도입 중단과 비정규직 제로화 등 노동개혁과도 담을 쌓았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야당 때 반대하던 서비스 활성화, 규제프리존법 등 경제활성화법의 발목을 계속 붙잡고 있다.

문 대통령보다 이틀 먼저 정권을 잡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행보는 눈여겨볼 만하다.
노동개혁, 부자감세, 공공부문 구조조정 등 인기 없는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프랑스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1.1%에 그친 반면 실업률은 10%에 달했다. 독일은 하르츠 개혁(노동시장 유연화)을 추진하다 정권을 내놓은 슈뢰더 총리 덕분에 유럽의 강자로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