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

사법평의회, 사법권 침해 소지 있어

문재인 대통령이 내년 지방선거 때 개헌국민투표를 공약한 가운데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가 최근 '사법평의회' 도입을 골자로 한 초안을 공개했다. 이름조차 생소한 사법평의회는 우리나라와 같은 대륙법계 국가인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다.

개헌안 초안에 따르면 사법평의회는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 대신 법관 인사와 법원 예산, 사법정책 수립 등 사법행정 사무 전반을 결정하는 기구다. 국회에서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으로 선출한 8명과 대통령이 지명한 2명, 법관회의에서 선출하는 6명 등 총 16명을 상임위원으로 둘 수 있게 했다.

공교롭게 초안이 나온 시점은 지난달 26일로, 최근 논란이 된 '사법행정권 남용사태'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같은 날 열린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대법원의 편향적 구성과 대법원장의 인사권 행사를 비민주적인 제왕적 처사로 규정짓고 사법평의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초안 단계지만 사법평의회 도입안은 사법행정권 남용의 재발을 막을 수 없을 뿐 아니라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이 기본적 원칙으로 채택한 삼권분립에 역행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개헌특위가 사법평의회 모델로 삼은 유럽 국가들의 사법체계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듯하다. 유럽은 법원이 법무부 산하에 있다. 표면적으로 행정부가 사법행정권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럽의 사법평의회나 최고사법회의의 상임위원 과반수는 현직 판사들로 구성, 법관이 사법행정의 일정 부분 주체가 되는 삼권분립이 사실상 보장되는 구조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명시적으로 사법부 독립이 돼있는 우리나라는 국회가 추진 중인 사법평의회 상임위원 중에 현직 법관이 빠져 있어 행정부에 의한 사법권 침해 우려가 제기된다. 개헌안 110조의 2는 '위원은 법관을 겸직할 수 없고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 관여할 수 없다'고 규정했다.

여기에 유럽의 사법평의회 의장이 대법원장인 데 비해 우리의 개헌안 초안에는 '위원장은 위원 중에서 호선한다'고 규정했다. 국회나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사법행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는 지적과 함께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감을 키우고 있다.

헌법상 법관 개개인은 독립된 사법부다. 정부나 정치권의 개입으로 추진 중인 검찰개혁과는 해결책이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
최근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로 셀프 개혁을 위한 '전국법관대표회의(판사회의)'가 만들어졌고 양승태 대법원장은 판사회의 상설화 방안을 전격 수용했다.

이런 사법부의 자구적 노력을 도외시한 채 외부기관을 주축으로 사법행정권 전체를 넘겨받겠다는 개헌특위 구상은 사법부 견제가 아닌 통제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사권이 행정부로 넘어갈 경우 정치적 압력에 휘둘리며 궁극적으로 재판의 독립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게 아닌지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