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주영 칼럼]

증세 서둘 이유 없다

임기 첫해부터 세수풍년 행운.. 의욕과잉과 조급증 경계하길
종부세 실패 이유 성찰해봐야

문재인정부는 재복이 있다. 돈을 함부로 펑펑 쓰지만 않는다면 재임기간에 돈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5년간 공약 이행에 필요한 돈은 178조원으로 연평균 35조6000억원이다. 어느 정부나 공약재원을 마련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기존 재원을 아껴 여윳돈을 만들어내거나(재정개혁), 아니면 세금을 더 걷는 것(세입개혁)이다. 문재인정부는 당초 재정개혁으로 22조4000억원, 세입개혁으로 13조200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임기 첫해부터 세수가 대풍이다. 올 들어 지난 5월까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1조2000억원이나 더 걷혔다. 월평균 증가액이 2조2000억원으로 연간으로 환산하면 26조4000억원이다. 세수진도율도 51.1%로 지난해(48.4%)보다 앞서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세수 증가액은 24조7000억원이었다. 하반기에 경기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고 가정하면 보수적으로 잡아도 올해 세수 증가액이 25조원을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당초 후보 시절 문재인캠프는 세수 증가액을 연간 10조원 정도로 봤다. 집권해서 보니 그 규모가 25조원까지 불어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임기 첫해부터 이런 세수풍년을 맞이하리라고는 문재인정부 어느 누구도 예상을 못했을 것이다. 당장 이번 일자리 추경만 하더라도 11조2000억원 전액을 국채발행 없이 해결했다. 미래세대에 빚을 지지 않아도 되는 떳떳한 추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임 박근혜정부는 대규모 세수 펑크에 시달렸다. 임기 초반 두 해 동안에만 20조원 가까운 세수결손이 생겼다. 게다가 '증세 없는 복지'까지 선언해 임기 내내 재정빈곤으로 곤욕을 치렀다. 그에 비하면 행운도 이런 행운이 없다. 올해 세수 추가 예상분 15조원이면 세입개혁으로 조달해야 할 돈(13조2000억원)을 모두 충족하고도 남는다.

1%의 부자들에게 더 무거운 세금을 물리면 나머지 99%가 박수를 보낼 것이라는 생각은 단순논리다. 현실은 다르다. 부자증세를 하면 저항세력은 커지지만 지지세력은 그만큼 커지지 않는다. 대다수 서민들에게 부자증세는 그저 남의 일일 뿐이다. 부자증세냐 서민증세냐를 따지기 전에 증세 자체에 거부감을 갖는 서민들도 적지 않다. 그들도 납세자이기 때문이다. 노무현정부의 종합부동산세나 지난 총선에서 참패한 프랑스 올랑드 정부의 부유세 실험이 왜 대중적인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를 깊이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문재인정부가 5년 뒤 받을 경제성적표를 지금 예측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흐름이 좋아지는 방향인 것은 분명하다. 증시에 비유하면 대세 상승장을 탔다. 이런 때는 의욕과잉과 조급증을 경계해야 한다. 요즘 세제개혁과 관련해 소득재분배를 강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 있다. 소득재분배는 가랑비에 옷 젖듯 조금씩 꾸준히 할 때 성공할 수 있다. 노무현정부의 종부세도 처음 설계는 점진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막판에 급진적인 방식으로 바뀌면서 저항을 키운 것이 화근이었다. 한꺼번에 하려고 욕심을 부리다가는 실패하기 십상이다.

개혁은 상황에 따라 속도를 적절히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세개혁도 마찬가지다. 현 상황에서는 증세를 무리하게 추진할 이유가 없다.
법인세율 인상과 소득세 과표구간 조정 등을 자제해야 한다. 대주주와 고액 자산가 등에 대한 과세 강화도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 본격적인 증세는 내년 이후 세수 추이를 보아가며 결정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y1983010@fnnews.com 염주영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