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n사설]

남북 대화, 국제공조와 발 맞추길

南, 군사·적십자 회담 제의.. 메아리 없는 평화는 공허

정부가 17일 북한에 적대행위 중단을 위한 남북 군사당국회담과 추석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회담을 동시에 제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6일 독일에서 밝힌 '베를린 구상'을 이행하려는 수순이다. 우리는 어떻게든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운전대를 잡겠다"는 새 정부의 충정은 십분 이해한다. 그러나 회담이 열린다고 해서 한반도 평화의 최대 관건인 북한 핵문제가 풀린다는 보장도 없지 않나. 김정은 정권이 개혁.개방의 대도로 나오도록 설득할 기회를 갖겠다는 신중한 자세로 접근하기를 당부한다.

문 대통령이 베를린 구상을 통해 제시한 한반도 평화 설계도의 대강이 뭔가. 남북 대화를 통해 북한의 추가 핵.미사일 도발을 막고, 이른바 '핵동결' 상황에서 남북 간 교류협력을 확대해 그 기반 위에서 북한의 비핵화 선택을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호의를 북한 정권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지 여부다. 북은 지난 30여년 앞에서는 대화를 하는 척하면서 뒤에서 핵과 미사일 능력을 키워 왔다.

이번에도 북한이 남북 대화를 핵무장을 위한 시간 벌기 차원으로 악용하려 든다면 우리에게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회담장 안팎에서 북한의 진정성을 확인하면서 각종 교류협력 등 대화 의제의 폭과 속도를 조절해야 할 이유다. 이를테면 북한이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중 전자에만 응한다면 우리 국민 중 누가 이를 반기겠나. 북한이 인도적 차원의 이산 상봉에는 불응하면서 세습정권 유지에 불리한 대북 확성기 철거 등에만 관심이 있다는 증좌라는 점에서다.

더욱이 북한은 얼마 전 사실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시험 발사했다.
이로 인해 유엔의 추가 대북제재가 본격화되고 있고, 미국은 김정은의 돈줄을 끊기 위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등 제3국 기업에 대한 세컨더리 보이콧에까지 나설 태세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 군사회담이 열리더라도 북측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요구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하지만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김정은 정권의 핵 폭주를 멈추게 하지 못하면서 우리만의 메아리 없는 '평화'를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남북 대화 국면에서도 북핵 국제공조에 균열이 생기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