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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형 前삼성미전실 부사장 "공익재단 통한 자사주 매입, 김상조가 오해"

이재용 재판서 증인 출석.. "경영권승계와 무관" 증언

이수형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부사장이 18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5000억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고려한 데 대해 "경영권 승계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증언했다. 앞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진술과는 상반되는 내용이다.

이날 법정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직전 이 전 부사장이 국민연금 전문위원장에게 '합병 찬성'을 부탁한 정황이 나왔다.

■"자사주 매입, 무수익 자산 운영용"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공판에서 이 전 부사장이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에 따르면 그는 김종중 전 미전실 사장과 함께 제일모직 합병 논의가 나오기 전인 2015년 4월 2차례에 걸쳐 김 위원장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김 위원장에게 삼성생명공익재단이 보유한 5000억원 규모의 현금으로 삼성물산 자사주를 사들이는 게 어떻겠느냐고 자문했다.

김 위원장은 14일 증인으로 출석한 이 부회장 재판에서 "자사주는 제3자에 넘기면 의결권이 생긴다"며 "공익재단을 통해 경영권 승계를 강화하려는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전 부사장은 공익재단의 자사주 매입은 합병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맞섰다. 그는 "김 위원장이 오해했다"며 "만약 합병 전에 자사주를 매입하면 미공개 정보로 인한 내부자 거래 때문에 중하게 처벌받을 공산이 컸다"고 지적했다.

이 전 부사장은 "재단에서 갖고 있는 5000억원이 무수익 자산이어서 바람직하지 않았다"며 "팀장 회의에서 자사주 매입안이 나왔고, 가끔 연락하는 김 위원장을 만나 의견을 물은 것"이라고 전했다. 이 전 부사장은 김 위원장이 강하게 반발하자 자사주 매입건을 무산시켰다고 증언했다.

■이수형 전 부사장, 학교 동문 통해 합병 설득

이날 법정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미전실 임원들이 국민연금 관계자들을 만나 합병 찬성을 요청한 사실이 공개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부사장은 국민연금 전문위원회가 2015년 6월 삼성 합병 건과 유사한 SK와 SK C&C 합병에 반대 결정을 내린 사실을 알고 전문위원장과 접촉하려 했다. 이 전 부사장은 대학 동문인 한 경제일간지 편집국장을 통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원모씨를 소개받았고, 원씨를 통해 김성민 전 국민연금 전문위 위원장을 설득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사장은 원씨에게 '합병은 어떤 상황보다 중요하다. 이 일이 잘못되면 그룹 경영에 어떤 일이 날지 모른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두고 '경영'의 의미가 승계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고 물었고, 이 전 부사장은 "일면식도 없는 선배께 부탁을 하다 보니 생긴 예의와 정성의 표현이었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같은 해 7월 4일 이 전 부사장의 부탁을 받은 원씨는 한 일식집에서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과 함께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합병 반대 의사를 밝혔고, 결국 삼성 합병 건은 전문위가 아닌 투자위원회에서 찬성으로 자체 종결됐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