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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ICT 생태계 '균형' 이루려면

[특별기고] ICT 생태계 '균형' 이루려면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네이버, 다음을 비롯해 야후코리아, 엠파스, 파란 등 10개 이상의 포털사업자가 있었다. 하지만 플랫폼사업의 '승자독식' 구조로 인해 이제는 강력한 영향력을 보유한 두어 업체만 살아남았다. 현재 유.무선을 막론하고 인터넷 이용자는 대부분 네이버 혹은 다음을 홈페이지로 설정하고 웹서핑을 한다. 특히 네이버는 국내 1위 포털 '네이버'부터 일본, 대만, 태국에서 업계 1위를 하고 있는 메신저 '라인', 영상 중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스노우' 등을 보유한 국내 최대 플랫폼기업이 됐다. 75%가 넘는 국내 검색시장의 압도적 점유율을 기반으로 지난 수년간 비약적 성장세를 누리고 있다.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는 크게 콘텐츠(C)-플랫폼(P)-네트워크(N)-단말(D) 사업자로 나눠지는데, 이 중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는 것은 플랫폼사업자다. 플랫폼사업자들의 규모와 영향력이 타 산업군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의 시가총액은 대표적인 방송사 SBS의 54배에 달하며, 광고 매출은 지상파 3사와 신문사들의 총합을 넘어섰다. 한국언론진흥재단 조사 결과 절반 이상의 국민이 인터넷 포털을 언론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여론집중도조사위원회의 여론영향력 점유율 조사에서 네이버가 2년 연속 3위에 올라 대표적 언론 매체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이런 규모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플랫폼사업자들은 부가통신사업자라는 이유로 별다른 규제나 의무 없이 사업을 하고 있다. 이는 형평성 문제도 있지만, 이용자 보호나 산업의 경쟁체계 보호 측면 등에서 심각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플랫폼 이용자들이 한쪽으로 쏠리면서 시장이 독과점 구조에 가까워지면 신규 플랫폼의 진입이 매우 어려워지고, 지배적 사업자의 불공정행위 가능성이 생긴다. 인터넷 골목상권 위협이나 온라인 광고시장 독점 등 몇몇 부작용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기도 하다. JP모간 통계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광고시장에서 단일 사업자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사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이제는 플랫폼사업자들의 시장지배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적극적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기다.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거대 플랫폼사업자 중심의 산업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C-P-N-D를 아우르는 통합적 규제체계를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플랫폼사업자들의 혁신적 서비스와 글로벌 경쟁력을 가로막지 않으면서 높아진 영향력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부여하고, 법적 지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이용자와 산업 경쟁체계 보호를 위한 수평적 규제체계 마련을 통해 ICT 생태계 전반이 건강하고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

박진호 숭실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