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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만 회장 "최저임금 기준 개선해야"..문 대통령 긍정 평가

박용만 회장 "최저임금 기준 개선해야"..문 대통령 긍정 평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9일 제주 호텔신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새 정부 출범 이후 경제계의 역할과 사회 현안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히고 있다.
박용만 회장 "최저임금 기준 개선해야"..문 대통령 긍정 평가
서귀포(제주)=최갑천기자】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최근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기본급 중심의 산정방식은 불필요한 기업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17만 상공인들을 이끄는 박 회장이 새 정부 들어 사실상 경제계를 대표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발언이 향후 새 정부 정책에 '반향'을 미칠지 지켜볼 대목이다.

또, 박 회장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일자리 추가경정 예산안을 서둘러 통과시켜 '경제활성화의 마중물'로 삼아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서는 "진정성있는 스킨십 리더"라며 새 정부의 정책방향에 신뢰감을 드러냈다.

최저임금 "실질임금 반영해 결정해야"
박 회장은 지난 19일 저녁 '42회 대한상의 제주포럼'이 열리는 제주 호텔신라에서 가진 기자간담회를 통해 최저임금, 양극화 등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한 속내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우선 박 회장은 출범 70여일된 새 정부에 대해 "권위적인 방식보다는 소통과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어가려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고 평가했다.

박 회장은 올해보다 16.4% 오른 내년도 최저임금(7천530원) 결정에는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현행 산정기준에는 이의를 제기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 폭은 노사 위원들의 토론 결과인 만큼 존중한다"면서도 "단지 기본급과 고정수당이 기준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각 기업마다 임금구조가 다른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실질임금은 굉장히 높은데도 기본급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기업도 있는데 (현행 기준대로라면) 다 올라갈 수 밖에 없고, 필요 이상의 부담을 (기업이) 질 수 밖에 없다"며 "실질임금과 비교해야 하위 소득자를 돕는 원래 취지에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근로시간 단축과 비정규직 문제 등 노동현안과 관련해서는 "원칙의 문제와 현실의 문제를 구분해서 접근하고 실현성있는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 탄력적 대응이나 사안에 따른 완급조절 등이 필요한데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는 것들이 중요하다"고 피력했다.

박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의 정부 역할은 '탈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의 서비스 대부분이 화물운송법 저촉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불가능하다고 하는데 규제환경을 다 뚫고 나가면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국제적 경쟁과 협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창업자나 중소기업이 성장하려면 자유롭게 일을 벌이도록 파격적인 규제완화(deregulation)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새 정부의 탈원전 에너지정책 기조는 사회적 공론화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두산인프라코어 대표이사인 박 회장은 "제가 원전 사업자라 (원전 폐기에 대해) 대답하기가 참 그렇다"면서도 "지금도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대립 양상을 보이는데 공론화를 통해 이슈를 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원전 정책에 대한 속도조절을 우회적으로 요구했다.

"문 대통령, 진정으로 스킨십"
대한상의는 최근 15대 그룹 간담회를 열고 문 대통령과의 공식 회동을 청와대측에 요청한 상태다. 이와 관련 박 회장은 "아직 (청와대로부터) 정식 답변을 받지 못했지만 조만간 어떤 형태든지 답변이 올 것으로 기대한다"며 "15대 그룹에게는 사회에 긍정적인 메시지를 내고 새 정부가 지향하는 경제문제 해결에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솔선해서 동참해 주기를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사회가 대기업에 요구하는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 등의 자발적 계획들은 상의 차원에서 취합하거나 청와대에 전달할 계획이 없다"며 "그냥 국민을 향해서 대기업들이 계획을 직접 발표하라고 전달한 만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회장은 새 정부 들어 대한상의의 역할 강화에 따른 어려움도 내비쳤다. 박 회장은 "상의가 국내 대표 경제단체로서 기업과 정부간 가교역할을 지금까지 해왔지만 대기업 이익을 단순하게 대변하기는 조금 쉽지 않다"며 "상의 17만 회원사의 97%가 중견중소기업이라 어느 한쪽의 이익 대변보다는 상공업계, 국가경제, 기업 전체를 놓고 활성화하는 방안에 의견을 낼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에 대해서는 "일자리위원회와 미국 순방때 두 번만났는데 의례적인 것보다는 진정으로 스킨십을 하려고 애쓰는 느낌을 받았다"며 "주변에서 (문 대통령은) 경청이 최대 장점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실제로 그런 걸 느꼈고, 거리낌없이 소통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전했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