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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여름 속으로, 탁 떠나자

[차관칼럼] 여름 속으로, 탁 떠나자

"덥다, 정말 덥다." 사무실로 들어서는 직원들의 입에서 자동적으로 나오는 소리다. 마치 무한반복 녹음기를 틀어놓은 듯하다. 건물 현관문을 나서는 순간 밀려드는 뜨거움에 숨이 턱턱 막힌다. 애써 마음을 가다듬고 거리로 나서보지만 이내 땀으로 온 몸이 끈적거린다. 후덥지근한 공기가 가져다주는 근거 없는 짜증이 우리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때쯤이면 '파란 여름 속으로 탁! 떠나는 거야'라는 여름철 국내관광 슬로건과 포스터가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 되어 슬금슬금 다가온다. "정말 여행이나 확 떠나버릴까." 지난봄부터 중국인 관광객의 발걸음이 뚝 끊어져 관광산업과 내수경기도 어렵다는데….

"무용(無用)을 알아야 용(用)을 알 수 있다"라는 장자의 말이 있다. 이 말을 "쉴 줄을 알아야 일할 줄을 안다"라고 내 마음대로 바꾸어 놓고 바라보면 휴가를 떠나는 마음이 조금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 '욜로(YOLO)'니 '휘게(hygge)'니 하는 낯선 용어들이 주위에 난무하지만 결국은 그게 다 '행복해지자'는 이야기일 터이다. 행복해지는 첫걸음은 잠시 일상을 접어두고 탁 떠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다.

'무조건 떠나자'는 말이 멋있게는 보일지 몰라도 믿음직스러운 말은 아닌 듯하다. 어디로 떠날지를 결정하는 것은 휴가와 여행이 휴식이 될지 고생이 될지를 결정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어디로 떠날지 결정하지 못한 분들에게 감히 직업정신을 발휘해 내년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열리는 강원도로 떠나라고 권해드린다. 아직 모든 준비가 다 끝난 것은 아니지만 준비가 된 곳은 준비가 된대로, 아직 준비 중인 곳은 준비 중인대로 보고 즐기면 될 터이다. 여름의 한가운데서 뜨거운 태양 아래 두 팔을 쭉 뻗고 두 눈을 지그시 감은 채 200여일 후에 펼쳐질 눈과 얼음의 축제를 미리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시원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0여일 후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 그 사이 너무나 달라진 모습을 보고 이전의 모습이 그리워질 수도 있으니 변하기 전의 풍경을 미리 가슴 속에 담아두는 것도 좋겠다.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는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나만의, 우리 가족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긴긴 시간이 흐른 뒤 내가 만든, 우리 가족이 만든 이야기가 정말 하나의 전설이 되어 '전설의 고향'이나 '전설 따라 삼천리'의 주제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 아닌가.

"싫어, 다른 곳에 가고 싶어" 하는 분들은 화내지 마시고 온라인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누리집을 방문해 보길 추천한다. 이곳에서는 문자 그대로 대한민국 구석구석의 잠자리, 먹거리, 볼거리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탁 결정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다양한 정보를 주제별로 구성해 한자리에 모아 제공하고 있다.
이곳을 둘러보다 보면 그동안 잊고 살았던 외갓집에 대한 추억의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탁 떠나자!

그렇게 모든 것을 한순간에 내려놓고 한여름 떠돌다가 내가 떠났던 곳으로 되돌아왔을 때, 그 출발지가 내게 낯선 곳으로 다가온다면 이번 여름 우리가 참으로 찰진 여행을 했다는 증거로 여겨도 좋을 것이다. 올여름에는 모두가 나만의 여행이야기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