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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文·재계 회동, 기업 야단치는 자리 안돼야

고용 등 일방 요구는 금물.. 애로 풀어주는 모임 되길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27, 28일 이틀간 청와대에서 일자리 창출 및 상생협력을 주제로 기업인들과 대화를 할 예정이라고 청와대가 23일 밝혔다. 이번 재계와의 간담회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열리는 것으로 농협을 제외한 14대 그룹과 상생 모범기업인 오뚜기가 참여한다. 진솔하고 깊이 있는 대화를 위해 시간 제약이 없는 만찬간담회를 열고 참석자 수도 제한했다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모여서 사진이나 찍고 기업별 투자.고용계획을 내놓는 과거의 형식적 간담회를 탈피하겠다는 것이다.

새 정부와 재계의 만남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 할 만하다. 문재인정부는 재벌개혁을 표방하는 데다 최저임금 인상, 법인세 인상 등 기업 부담이 커지는 정책을 펴고 있어 기업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반면 새 정부는 최우선 국정과제인 일자리 만들기에 기업의 적극적인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출범 초기에 김영배 경영자총협회 부회장이 일자리정책을 비판했다가 청와대로부터 "반성부터 하라"는 질책을 받은 이후 재계는 잔뜩 움츠러들었다. 따라서 양자 간 껄끄러운 관계를 해소하기 위한 대화와 소통의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졌다.

이번 간담회는 서로 오해를 풀고 이해의 폭을 넒히면서 경제 살리기에 대한 의견을 모으는 계기가 돼야 한다. 그러려면 문 대통령이 기업인들에게 열린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의 애로를 경청하고 불안심리를 가라앉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무슨 '청구서' 내밀듯이 기업들에 일방적으로 투자와 고용을 요구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 된다. 이런 게 과거 정부의 행태였다.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제로'의 오뚜기가 이번 간담회에 초청된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이다. 정규직 전환에 대한 '무언의 압력'으로 느낀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만에 10대 그룹 총수들을 만나 투자를 독려했으나 큰 효과는 없었다. 취임 후 재계와 거리를 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은 경제침체가 계속되자 3개월 만에 주요 그룹 총수와 삼계탕집 회동을 갖고 화해 무드를 연출했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재임 중 수시로 재계와 간담회를 열었으나 늘 일방통행식 주문이 문제였다.

이번 간담회는 의례적이 아닌 생산적 모임이 돼야 한다. 대통령은 기업을 배려하고, 기업은 상생과 일자리 창출에 솔선수범하는 자세를 보여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