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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원전 공론화委 출범한 날, 장관은 "탈원전"

성패 여부 공정성에 달려.. 정부 '가이드라인' 없어야

신고리 원전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24일 석 달간의 활동을 시작했다. 국무조정실은 이날 공론화위원장에 김지형 전 대법관을 선임하고 나머지 위원 8명은 원전 찬반 단체의 의견을 반영해 최종 선정했다. 위원회는 앞으로 여론을 수렴하고 시민배심원단을 선정한다. 배심원단은 토론을 거쳐 공사를 영구 중단할지, 계속할지를 10월 21일까지 결정하게 된다.

공론화위원회의 성패는 무엇보다 공정성 관리에 달렸다. 하지만 벌써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탈원전은 이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고리 1호기 영구 중단 행사에서 못을 박았다. 신고리 5.6호기 공사 일시중단 지시는 국무회의에서 참석자 33명 중 단 한 명의 반대도 없이 20분 만에 결정됐다. 한국수력원자력은 기습적으로 이사회를 열어 공사 중단을 결정했다. 정권 초 대통령의 주요 공약에 대해 '노'라고 말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공론화도 말처럼 쉽지 않다. 공론화 과정을 거친 과거 대형 국책사업은 대부분 실패해 수천억원의 사회·경제적 손실만 끼쳤다. 노무현정부 때 서울 외곽순환도로 사패산 터널, 경부고속철도 천성산 터널 공사가 대표적이다. 박근혜정부도 2013년 고준위방폐장 건설을 위해 공론화위원회를 가동했지만 방폐장 건립은 아직 한 발자국도 못 나간 상태다. 말이 공론화 과정이지 되레 사회적 갈등만 부추길 수 있다.

후쿠시마 원전 참사를 겪은 일본 정부는 탈원전 여론에도 불구하고 원전 5기를 재가동 중이다. 친원전을 내세운 아베 총리는 서두르지 않고 법적 절차를 밟았다. 2014년 전력기본계획에 원전 재가동 방침을 반영한 데 이어 일본 내각부 원자력위원회는 지난주 2030년까지 원전 비중을 20~22%까지 높이기로 했다.

다시 강조하지만 공론화위원회의 성패는 공정성 관리다. 법적 지위가 불분명한 공론화위원회와 시민배심원단의 한계 때문이다. 우리나라 원전 건설 허가권은 총리실 산하 원자력안전위원회에 있다. 그래서 최종 판단을 내릴 배심원단 구성과 결론 도출 방식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게 투명하게 정해야 한다. 절차의 공정성을 의심받으면 결론이 난다 한들 승복을 받아낼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신고리 5.6호기 영구 중단 여부가 결정되면 받아들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곧이곧대로 들리지 않는다. 자꾸 가이드라인처럼 들리는 발언이 나와서다. 지난주에는 월성 1호기도 폐쇄할 수 있다고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24일 취임식에서 "탈원전·탈석탄을 통해 에너지 패러다임 대전환 기틀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절차의 정당성은 최소한의 전제조건이다.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은 삼가는 게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