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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거침없는 행보…목소리 작아진 재계

깜깜이 간담회?
27.28일 대통령과 회동 나흘전에야 기업에 통보.. 참석대상도 혼선
밀어붙이기식 정책
탈원전.최저임금 인상 등 충분한 교감 없이 강행.. 경영 불확실성 키워

정부와 경제계 간 불협화음이 점점 표면화되고 있다. 정부가 출범 초기부터 기업인과 대통령의 회동을 비롯해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최저임금 인상 등 기업 일정과 정책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하면서 경제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첫 청와대 회동이 촉박한 일정과 불명확한 정보 전달 등으로 '깜깜이 간담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 측이 '충분한 소통'을 위해 대기업과 만남을 추진하면서도 불과 나흘 전 간담회 일정을 일방통보한 데다 참석대상도 총수급과 전문경영인을 두고 혼선을 빚게 하고 있다.

■'깜짝 통보'에 참석자 급 혼선

24일 재계에 따르면 청와대가 지난 23일 언론 브리핑을 통해 27~28일 이틀에 걸쳐 문 대통령과 대기업의 첫 청와대 만남 계획을 밝히면서 참석기업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청와대가 상생협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핵심 국정과제 실천의 신호탄으로 15대 그룹 총수들과 회동을 추진하면서 불과 4일 전 언론을 통해 일정을 통보한 건 이해할 수 없다"며 "기업 사정을 고려해 통상 총수급이나 최고경영자(CEO)급 회동은 최소 2주 전에는 알려주는 게 관행인데 황당하다"고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이번 회동의 추진 주체인 대한상공회의소도 확정된 간담회 일정을 언론 브리핑 당일인 23일에야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청와대 산업비서관실에서 경제계 창구인 대한상의 고위 관계자에게 23일 유선을 통해 최종 일정을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한상의는 이날부터 부랴부랴 대상기업의 총수 참석 여부와 간담회 발언사항 등을 취합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 브리핑 과정에서 "참석대상이 '총수'인지 '전문경영인'인지는 미정"이라고 밝히면서 기업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한편 이번 만찬 간담회는 재계 순위(자산 기준) 1~15위 가운데 농협을 제외하고 27일은 2위(현대차)·4위(LG)·6위(포스코) 등 짝수 그룹이, 28일에는 1위(삼성)·3위(SK)·5위(롯데) 등 홀수 그룹이 각각 참석한다.

■기업 정책마다 밀어붙이기에 속앓이

이번 간담회에 오뚜기가 참석하는 것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은 의아해하고 있다.


참석대상 대기업 관계자는 "재계 50위권 기업을 굳이 15대 대기업 간담회에 초청한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만약 간담회에서 오뚜기의 상생협력과 일자리 성과가 부각된다면 대기업들에는 '이 정도 해야 된다'는 사실상의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번 간담회 추진을 계기로 문재인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기업정책에 대한 불만도 고조되고 있다.

새 정부 들어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성급한 탈원전 정책, 임기 내 최저임금 1만원 실현,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 추진 등은 경제계와 충분한 교감 없이 강행되는 이슈들이다.

cgapc@fnnews.com 최갑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