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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농단 사건 하급심 선고 생중계 가능해진다

대법, ‘국민 알권리’ 차원서 법정방청규칙 개정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을 끄는 법원의 1·2심 주요 재판의 결과를 앞으로는 안방 TV 등을 통해 실시간으로 시청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은 25일 오전 양승태 대법원장이 주재하는 대법관 회의를 열고 내달 1일 자로 현행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을 개정해 1·2심 재판 선고의 생중계를 허용하기로 했다.

■재판장 판단으로 중계 허용
다만 생중계 허용 여부는 재판장이 결정하게 된다. 피고인의 동의가 없어도 공적 이익이 더 크다고 재판장이 판단할 경우에도 중계방송이 허용된다.

이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의 선고 결과를 전 국민이 법정에 가지 않고도 생생히 확인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하지만 연예인에 대한 형사사건 등과 같이 단순히 관심이 높다는 이유만으로는 중계방송이 허용되지 않는다.

현재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등 모든 변론을 촬영해 2∼3일 후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으며 대법원은 2013년부터 중요 사건의 공개변론을 온라인으로 생방송 중이다.

하지만 이와 달리 1·2심 법원은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에 따라 본격적인 공판·변론 시작 이후엔 어떠한 녹음·녹화·중계도 불허해왔다. 이는 상위법령인 법원조직법 제57조와 헌법 제109조가 '재판의 심리와 판결은 공개한다'고 규정한 것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일어왔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재판에 넘겨지면서 국민의 알 권리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중계가 허용돼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대법원도 규칙 개정 검토에 착수했다.

대법원 산하 법원행정처가 최근 전국 판사 2900여명을 상대로 실시한 재판 중계방송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1013명 중 67.8%인 687명이 재판장 허가에 따라 재판 일부·전부를 중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재판 중계범위 확대 가능성도
대법원은 지난 20일 대법관 회의에서 결심과 선고 공판을 생중계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고 이날 회의를 속개해 선고만을 공개키로 했다. 다만, 선고 중계 제도의 활용 양상과 결과를 본 뒤 중계 범위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6년 전 취임 때부터 국민의 알 권리 충족과 사법부의 국민 소통,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이해도 제고를 위해 재판 중계 방안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일각에선 재판중계 방송으로 신상이 공개되는 등 소송관계인의 사생활을 침해할 수 있고, 카메라와 여론 때문에 자신의 주장을 충분히 펼치지 못하게 돼 변론권ㆍ방어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반론도 적잖았다.

대법원은 이런 부작용을 감안, 재판 중계로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 보호와 법정 질서유지 또는 공익을 위해 촬영 시간과 방법을 제한하거나 방송허가에 조건을 부가하는 등 필요한 조치를 재판장이 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재판장은 선고 중계방송을 할 때 재판부만 촬영하고 피고인의 모습은 촬영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도 있게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1ㆍ2심 재판중계 방송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면서도 소송관계인의 변론권.방어권을 보호하는 등 올바르게 정착해 나갈 수 있도록 계속해 지원할 예정”이라며 “재판중계 실시 결과를 바탕으로 중계방송의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