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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연례행사식 부자증세 타당한가

지난해 소득세율 2%P 인상.. 결과 보지도 않고 또 올리나

문재인정부에서 부자증세론이 불붙고 있다. 증세 대상을 초대기업과 초고소득자 등 '슈퍼리치'로 제한할 계획이어서 '핀셋 증세'라는 말이 나온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논의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소극적으로 끌려가는 모습이다. 정부와 여당은 27일 당정회의에서 증세 문제를 재론할 계획이다.

정부는 당초 증세 논의를 내년 이후로 미룰 계획이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여러 차례 이런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기간 내내 증세는 최후 수단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추미애 대표가 지난 20~21일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슈퍼리치 증세론'을 제기하면서 흐름이 급선회했다.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약속 위반'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여당의 부자증세안은 과세표준 2000억원이 넘는 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과세표준 5억원이 넘는 개인의 소득세율을 40%에서 42%로 각각 올리는 내용이다. 여권이 왜 부자증세에 목을 매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부자 대 서민'의 편 가르기를 통해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정략적 계산이 개입된 것이라면 공평과세 원칙에 어긋난다. 특정 계층에 대한 징벌적 과세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조세정책은 소득재분배 기능 강화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감정적으로 운영되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참여정부의 종합부동산세가 왜 실패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더 큰 문제는 부자증세가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점이다. 현 여권은 여소야대하의 제1 야당이던 지난해 정기국회에서 이미 한 차례 부자증세를 했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38%에서 40%로 올렸다. 그에 따라 인상된 세율체계에 의한 과세가 올해 처음 이뤄진다. 세율인상의 효과는 올 회계연도가 끝난 이후인 내년 상반기가 돼야 종합적으로 분석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또다시 세율을 올리겠다고 하니 지나친 조급증이 아닌가. 증세 문제는 지난해 세율인상의 결과를 보고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그때 가서 논의해도 늦지 않다. 세금은 납세자인 국민에게 충분한 설명을 통해 공감을 얻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절차 없이 연례행사처럼 이뤄진다면 합리적인 조세정책 운영으로 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