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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대부업 금리 인하, 부작용도 살펴야

제도권서 퇴짜맞은 서민들 사채시장으로 밀려날 수도

금융사 최고금리가 내년부터 연 24%로 떨어진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6일 "내년 1월부터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연 24%까지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현행 법정 최고이자율은 대부업의 경우 연 27.9%, 은행 등 다른 금융사는 25%다. 은행 등은 지금보다 1%포인트, 대부업은 3.9%포인트 떨어지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때 고금리 이자부담 완화를 약속했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도 지난주 100대 과제에서 "올해 대부업법과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를 일원화하고, 단계적으로 연 20%로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소비자에게 이자율 인하만큼 반가운 소식은 없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을 외치는 문재인정부의 정책 기조에도 들어맞는다. 더구나 은행을 비롯해 금융사들은 올 상반기에 깜짝 놀랄 만큼 큰돈을 벌었다. 금융의 공익성을 고려할 때 이자율 인하는 타당한 측면이 없지 않다.

다만 금리를 인위적으로 내릴 땐 부작용이 없을지 잘 살펴봐야 한다. 특히 대부업이 그렇다. 대부업은 신용도가 낮은 서민이 주고객이다. 정부가 강제로 금리를 낮추면 대부업체들은 연체를 줄이려 더 깐깐하게 고객을 선별한다. 제도권 끝자락에 위치한 대부업체에서 퇴짜를 맞은 고객들이 갈 곳은 살인금리가 판치는 사채시장밖에 없다. 현재 대부업체들은 규모에 따라 금융당국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을 받는다. 비제도권 사채꾼들은 제멋대로 굴어도 딱히 단속이 쉽지 않다.

실제 이 같은 구축효과(Crowding-out Effect)가 나타났다. 작년 3월 국회는 대부업 이자 상한선을 34.9%에서 27.9%로 한꺼번에 7%포인트 내렸다. 그러자 대형 대부업체들은 신용 7~8등급 고객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소형 대부업체들은 아예 문을 닫기도 했다. 이달 초 금융위가 발표한 '2016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등록업자 수는 한 해 전에 비해 3.6%(326개), 거래자 수는 4.9%(13만명) 줄었다. 금융위는 "2016년 3월 법정 최고금리를 인하한 뒤 거래자가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자율 정책은 추상적 이념이 아니라 자료를 바탕으로 냉정하게 접근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서민을 돕는다는 고상한 뜻이 자칫 이들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 '선의가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경고는 이자율 정책을 펴는 이들이 늘 되새겨야 할 금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