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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號, 검찰개혁 신호탄은 고위간부 인사

인적쇄신.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 논의 연내 매듭
적폐청산수사.공소유지.. 진두지휘 등도 막중 책무

문무일號, 검찰개혁 신호탄은 고위간부 인사
문무일 검찰총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검찰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의 승진 및 전보 인사에 관한 안건을 논의했다. 연합뉴스

문무일 검찰총장(56.사법연수원 18기)이 26일 대검찰청 청사로 첫 출근하면서 본격 업무에 들어갔다. 문 총장은 검찰개혁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한 문재인정부의 첫 검찰총장으로서 임기 2년 동안 2100여명의 검사를 이끌며 인적쇄신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 등 검찰개혁 논의를 연내 매듭지어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맡게 됐다.

■'개혁 신호탄' 고위급 인사 첫 과제

법조계에 따르면 문 총장의 취임 후 첫 과제는 '적폐청산'이라는 현 정부 국정기조를 이해하면서 전 정권과 연관성이 없는 인사들을 검사장급 자리에 앉히는 등 법무부 인사에 의견을 적극 개진하는 일이 될 전망이다.

검찰청법은 검사 보직에 관한 결정을 법무부 장관의 제청을 바탕으로 대통령이 하되 장관이 검찰총장 의견을 듣도록 규정하고 있다.

법무부는 이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검사장급 승진 및 전보 인사에 관한 안건을 논의했다. 지난 19일 취임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문 총장이 후보자로 지명된 후부터 긴밀한 협의를 거쳐 인사안의 윤곽을 마련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선 대한민국 검사 중 약 2%에 불과해 '검찰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 인사에 검찰 안팎의 관심이 모아진다. 고위간부 인사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검찰개혁 신호탄으로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향후 검찰개혁의 방향과 강도를 가늠해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인사발령 시점은 검사장급 이상 고위간부는 이번 주 중, 후속 중간간부 인사는 그로부터 1주일가량 뒤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고검장.검사장 등 검사장급 이상 자리는 현재 48개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서는 법무부 탈검찰화 추진 등에 따라 40개 안팎으로 줄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전날 국무회의에서 법무부 기획조정실장, 법무실장, 범죄예방정책국장에 검사 외에 일반직 고위공무원도 보임할 수 있도록 '법무부 직제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법무부의 실.국장 8개 자리 가운데 검사만 맡을 수 있는 자리는 검찰국장 하나만 남게 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부정부패 수사 매듭지어야

검찰개혁 과제의 핵심으로 떠오른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 등 검찰 권한 분산도 문 총장이 감당해야 할 과제다.

다만 문 총장이 청문회에서 "경찰의 수사기록만 보고 기소여부 판단은 어렵다"며 수사권 조정 문제에 부정적 입장을 보인 만큼 이를 둘러싸고 경찰과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검찰과 경찰 입장을 적절히 반영하면서도 '제3의 기구' 형태로 일종의 '완충지대'를 만들어 두 기관이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전날 문 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면서 "수사권 조정 자체는 필요하다는 인식을 함께 갖고 제3의 논의기구 구성 등 지혜를 모아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정부의 국정과제 1호인 '적폐청산' 수사와 공소유지를 진두지휘해야 하는 것도 문 총장의 막중한 책무다.


현재 검찰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철저한 공소 유지부터 청와대 민정수석실 캐비닛의 전 정권 문건 수사, 면세점 비리 의혹, 방산비리 척결, 미스터피자로 시작된 기업의 불공정거래 수사까지 시급한 사정 과제가 산적해 있다.

검찰 출신의 한 원로 법조인은 "문 총장은 검찰 신뢰 회복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가 큰 상황에서 총장에 임명된 만큼 권위적 조직문화를 탈피하는 한편 살아있는 권력에도 과감하게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정치적 중립성을 보여줘야 하는 시대적 과제를 떠안게 됐다"며 "개혁 문제 역시 시스템보다는 사람이 중심이 돼야 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정치권력에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의 마음가짐으로 검찰권을 행사한다면 검찰을 향한 국민의 시선도 바뀔 것"이라고 전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