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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족보 ‘꼰대 이미지’를 벗다

국립중앙도서관 고문헌 기획전시 '족보, 나의 뿌리를 찾아가다'展

이 시대의 족보 ‘꼰대 이미지’를 벗다
나주오씨참봉공파화수도

"아버지에서 아들로 아들에서 손자로 전해져 증손, 현손 등을 거쳐 10세, 100세에 이르게 되면… 한분의 몸에서 나누어진 후손들이 길에서 만난 사람과 같은 처지에 이르게 되니 어찌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경주정씨세보(慶州鄭氏世譜), 1792년에 후손 우벽(宇璧)이 쓴 서문)

족보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부계를 중심으로 한 역사의 기록, 가부장적인 이미지가 먼저 다가온다. 양반과 중인, 평민을 구분짓는 과거의 유물처럼 느껴지는 족보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전시가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바로 '족보, 나의 뿌리를 찾아가다' 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던 족보뿐만 아니라 색다르고 다양한 족보 관련 고문헌 66종이 선보인다. 조선시대 남성 중심으로만 기록됐을 것 같은 족보이지만 이번 전시에는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위치에서 여성이 속한 씨족의 가계를 수록한 '울산김씨내외보'를 비롯해 후손들을 가지가 무성한 나무의 모양으로 표현한 족보 '화수도(花樹圖)' 등이 관객에게 선보인다. 꽃이 피는 나무라는 뜻을 가진 화수도는 1650여명의 후손들을 가지가 무성한 나무의 모양으로 표현했다.
시조로부터 내려온 후손들이 마치 나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가지가 수 없이 뻗어 나가고 또 꽃을 피운다는 점을 예술적으로 표현한 족보인 셈이다.

이번 기획전시는 다음달 27일까지 국립중앙도서관 본관 1층 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다. 국립중앙도서관 김효경 학예연구사는 "족보는 한 가문의 계통과 혈연관계를 알기 쉽게 정리한 사료로 과거의 인물을 다루지만 현재의 자손들이 계속해서 새로 등록되는 현재 진행형의 기록물이자 가족사를 담고 있다"며 "족보 속의 위인뿐만 아니라 평범한 삶을 살다 간 보통 사람들의 이력들을 살펴보면서 우리시대에 다시금 '나'의 뿌리를 더듬어 살펴볼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