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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일 ER 회장 “한국 골퍼들 차별 있던 日투어 정착하게 만든 비결은 기부”

日 투어 진출 골퍼들의 ‘영원한 형님’ 김성호일 ER 회장
재일교포 2세로 현지 사업 성공.. 김종덕.장익제 우연한 만남 계기 日 투어의 한국 골퍼들에게 관심
5년전엔 ‘ER채리티 콤페’ 출범 “지금의 위치 만든 선수들이 대단.. 일본서 존경받는 선수가 됐으면”

김성호일 ER 회장 “한국 골퍼들 차별 있던 日투어 정착하게 만든 비결은 기부”

【 용인(경기도)=정대균골프전문기자】올 시즌 일본프로골프(JGTO)투어에서는 30여명의 한국 선수들이 활동중이다. 올해는 아직 우승이 없지만 '한국 군단'은 투어의 주류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서 숱한 역경에도 불구하고 우리 선수들이 '호랑이 굴을 위협하는 사자'가 된 것은 두 말할 나위없이 선수 개개인의 각고의 노력이 가장 큰 원동력이다. 하지만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있다. 다름아닌 교포사회의 도움이다.

그 중에서도 간과할 수 없는 인물이 있다.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대부'이자 '큰 형님'으로 불리는 김성호일 회장(60.사진)이다. 그를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 한화 플라자CC에서 만나 일본에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 계기와 일본 내에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반응에 대해 들어 봤다. 김회장은 자신이 후견인을 맡고 있는 김형성(37.현대자동차)이 주최한 김형성배 제31회 경기도 종합선수권 골프대회 참관 및 선수 격려차 지난 23일 내한했다.

김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난 교포 2세다. 조부와 아버지가 제주도 출신이다. 한국말은 완벽하지 않지만 의사소통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다. 그는 일본 동경에서 폐기물과 절곡 비지니스로 성공을 거뒀다. 그런 그가 조국에서 온 골프 선수들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는 국내 시니어투어에서 활동중인 김종덕(56)과 아직도 일본투어서 현역 생활을 하고 있는 장익제(44)를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김회장은 "응원차 대회장에 갔다가 만난 두 선수로부터 '동경서 열리는 대회에 출전할 때 좀 도와줬으면 한다'는 청을 받았다. 그래서 그 이후부터 차량, 숙소 등 미력하나마 도움을 주기 시작했다"며 "일종의 애국심이라고나 할까, 선수들이 온갖 역경을 극복하고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런 결정을 하게 됐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이유는 또 있다.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일본내 분위기였다.

그는 "한국 선수들의 일본 진출이 많아지고 성적이 좋아지자 투어에 대한 인기가 다소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한국 선수들에 대한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도 없지 않았다"며 "그래서 한국 선수들에게는 그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해결책을 제시했고 한편으론 인맥을 동원해 협회를 설득해 나가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 해결책은 다름아닌 '기부'였다. '한국 선수들이 상금만 벌어간다'는 일본내 인식을 희석시키는 데에 그것은 그야말로 효과 만점이었다.

물론 그것을 위해 자신이 직접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 자신의 회사가 타이틀스폰서를 맡은 자선 프로암 대회 'ER채리티 콤페(competition)'를 5년전에 출범시킨 것. 이 대회에는 한국 선수를 비롯해 호주 출신 선수, 일부 일본 선수, 그리고 일본 여자프로 선수들이 참가한다. 대회에서 모아진 자선금은 일본의 골프를 하는 초등학생(4~6학년)들을 위해 전액 사용된다. 이 행사는 JGTO투어와 일본 문부성도 주관 단체로 참여하고 있다. 김회장은 "이런 채리티 행사를 통해 한국 선수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 그러기까지 선수들의 고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 진출을 바라는 선수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그가 남긴 첫 번째 금과옥조는 '존경받는 선수가 되도록 해라'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 보다도 엄청난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단 무엇을 하던간에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을 철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회장은 "타인을 무시하면 자기가 커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선수가 더러 있다. 그런 정신상태는 절대 안된다"고 강조한다.

두 번째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더욱 열심히 할 수 밖에 없어서다. 그러면서 그는 스스로 만족하는 연습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한다. 그것은 자기만족에 지나지 않은 부족한 연습량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김회장은 "일본에 오면 대인관계 등 전반적으로 스스로 좋은 환경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터뷰 도중 한 학부모가 "일본 주니어 대회에 출전하고 싶은데 그 방법을 모르겠다"고 하자 그는 전화 번호를 딴 뒤 "일본에 돌아가 알아 본 뒤 꼭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그가 왜 일본에서 활동중인 한국 선수들 사이에서 회장님이 아닌 형님으로 불리면서 그들의 '수호천사'가 되었는 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정대균 골프전문기자